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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전승 정현, 나달과 3회전 맞대결

Posted August. 31, 2019 07:28   

Updated August. 31, 201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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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트 1-6, 2세트 2-6.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현(23·한국체대)은 라켓을 고쳐 잡았다. 1회전을 3시간 36분 경기 끝에 역전승으로 뚫은 정현에게는 ‘충분히 해볼 만한’ 스코어였다. 기어이 승리를 따낸 그의 앞에는 이제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33·스페인·사진)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 랭킹 170위 정현은 30일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3시간 22분 혈투 끝에 세계 34위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6·스페인)를 3-2(1-6, 2-6, 7-5, 6-3, 7-6)로 눌렀다. 먼저 두 세트를 내준 뒤 내리 3세트를 가져오는 대역전극으로 3회전에 올라섰다. 정현이 메이저 대회 3회전(32강)에 진출한 것은 2017년 프랑스오픈, 2018년 호주오픈에 이후 이번이 3번째다. 정현은 3회전 진출로 상금 16만3000달러(약 1억9700만 원)를 확보했다.

 정현은 9월 1일 세계 2위인 우승 후보 나달과 16강 진출을 다툰다. 나달은 서나시 코키나키스(23·호주·203위)가 기권해 체력을 아낀 채 3회전에 올랐다. 열 살 때인 2006년 서울에서 열린 나달과 로저 페더러의 시범경기에서 볼보이를 했던 정현은 “오늘 힘든 경기를 잘 이겨내서 정말 기쁘다. 잘 쉬고 컨디션 관리 잘해서 나달을 상대로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현은 지금까지 나달과 두 차례 만나 모두 졌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처음이다. 베르다스코와 나달은 모두 왼손잡이. 왼손잡이 선수와 연이어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은 상대 플레이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나달은 세계 최강의 수비력을 가진 선수다. 승패를 떠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강한 서브를 바탕으로 한 템포 빠른 공격으로 나달을 흔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회전 초반 몸이 무거워 보였던 정현은 스트로크와 서브에서 밀리며 1, 2세트를 연달아 내줬다. 3세트 베르다스코가 21개 실책을 쏟아내며 흔들린 틈을 타 접전 끝에 7-5로 세트를 가져온 정현은 4세트 3-3에서 내리 세 게임을 가져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 게임스코어 1-4까지 끌려가며 다시 위기를 맞은 정현은 4-5까지 따라붙었지만 5-6에서 자신의 서브게임 때 30-40까지 밀려 매치포인트를 내줬다. 한 포인트면 경기를 내줄 수 있는 상황. 베르다스코가 연속 실책을 범해 위기를 벗어난 정현은 이후 포핸드 위너로 6-6 동점을 만든 뒤 타이브레이크에서 초반 5포인트를 연달아 따내며 승리해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정현은 서브에이스에서 8-10, 공격 성공 횟수에서 41-49로 밀렸지만 실책은 52-65로 적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박 단장은 “정현이 좋은 리턴과 끈질긴 랠리를 바탕으로 경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베테랑 노장 베르다스코를 체력과 정신력에서 눌렀다”고 평가했다.

 올해 US오픈은 유독 5세트 경기가 많다. 2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5세트 경기는 23경기가 나와 호주오픈(24회), 프랑스오픈(24회), 윔블던(21회)에 비해 훨씬 많은 5세트 접전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ATP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정현은 1, 2회전 연달아 5세트 경기를 치르고 3회전에 진출한 5명 중 하나다. 그가 2경기 7시간 가까이 뛰면서도 3회전에 올랐다는 사실은 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는 신호다”라고 전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