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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US오픈 男단시 1회전서 역전 우승

Posted August. 29, 2019 07:58   

Updated August. 29, 2019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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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트에 서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이번 시즌 정현(23·한국체대·170위)에게 ‘건강한 몸으로 라켓을 잡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2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ABN 암로 월드 토너먼트 이후 허리 부상으로 5개월간 코트를 밟지 못했다. 4개 메이저대회 중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2개 대회를 불참했다. 지난해 호주오픈 4강에서 발에 생긴 물집으로 생살이 벌겋게 드러난 상황에서도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황제’ 로저 페더러(38·스위스·3위)에 맞섰던 그다. 그랬던 정현이 아파서 코트에 서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부상 정도를 짐작케 한다.

 정현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어네스토 에스커베이도(23·미국·206위)에게 3-2(3-6, 6-4, 6-7, 6-4, 6-2)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토록 갈망하던 코트를 3시간 36분 동안 뛰어다닌 정현은 풀세트 접전 승부 끝에 역전 드라마를 쓰며 3년 연속 US오픈 2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정현은 “공백기를 잘 이겨낸 것 같다. 함께 투어를 다녔던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며 나도 빨리 코트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부상 없이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이날 정현은 서브 에이스 17개를 기록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서브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공격 성공 횟수에서도 64-46으로 크게 앞섰다. 특히 네트 플레이 성공률이 84%(21/25)로 높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장은 “오늘 정현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보였다. 가장 잘할 때의 70%까지는 올라온 것 같다. 자신의 서비스 게임 때 공격적인 서브가 나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다만 아직은 서브할 때 예전처럼 폭발적인 힘이 나오지는 않고 있다. 이 부분은 코치들과 함께 서브 메커니즘을 연구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현은 29일 2회전에서 36세 베테랑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34위)를 만난다. 2009년 세계 랭킹 7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정현은 베르다스코를 2015년 US클레이코트 16강에서 만나 0-2로 패했다. 투어 대회 단식에서 7차례 우승한 베르다스코는 하드코트에서 2회, 클레이코트에서 5회 우승해 클레이코트에 강한 편이다. 정현은 “베르다스코는 기량이 뛰어나고 까다로운 선수다. 나는 도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