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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관세 연기는 크리스마스시즌 때문”

트럼프 “중국관세 연기는 크리스마스시즌 때문”

Posted August. 15, 2019 07:37   

Updated August. 15, 20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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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의 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연기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1일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산 상품 3000억 달러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12일 만에 태도를 바꿨다.

 미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홈페이지에 “중국산 스마트폰, 휴대용 노트북, 장난감, 비디오게임 등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을 12월 15일로 늦추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USTR 발표 직전 중국 상무부는 이날 류허(劉鶴)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통화했고 향후 2주간 추가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무역액을 기준으로 이날 관세 부과가 연기된 중국산 수입품 규모를 약 1560억 달러로 추산했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구, 의류, 일부 신발류 등 1070억 달러어치 상품에는 예정대로 다음 달 1일부터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말 추수감사절 연휴의 ‘블랙 프라이데이’, 12월 말 성탄절은 미 소매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유통업계의 최대 대목이다. 내년 11월 재선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연말 경기를 반드시 살려야 재선에 유리하다. 특히 지난달 중국 상하이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이 별 소득 없이 끝난 뒤 미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해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을 안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결국 관세가 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인정했다. 최근 관세 부과 비용이 모두 미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미국 4인 가구는 약 350달러를 더 내야 한다”고 전했다. WSJ도 “미 수입업자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해야 한다는 불만을 행정부에 제기했다”고 가세했다.

 무역협상 훈풍으로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44%, 1.95% 올랐다. 애플 주가도 4.23% 상승했다. 14일 코스피는 개장과 함께 1%가 넘는 상승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12.54포인트(0.65%) 오른 1,938.3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장중 600 선을 회복하는 등 강세를 보이며 1.08% 오른 597.15로 마감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1.63% 올랐으며 SK하이닉스는 3.22% 상승하는 등 대형주 위주로 강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한국 등 신흥국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5원 내린 달러당 1212.7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

 다만 이번 관세 유예가 미중 무역협상의 돌파구로 이어질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가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약점만 드러내 중국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다음 달 워싱턴에서 중국과 대면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지식재산권 절취, 보조금 지급 등의 구조 개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협상 교착 상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용 parky@donga.com · 이건혁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