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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정치적 ‘갑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공정위, 정치적 ‘갑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Posted May. 28, 2019 07:54   

Updated May. 28, 201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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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대한상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대 법경제학회가 공동주최한 공정거래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현 정부 출범이후 공정위의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공정경쟁을 하자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업자에게 막 대하는 이른바 갑질 횡포를 처벌해야한다는 데 반대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어제 토론에서 공정위가 갑질 근절을 부쩍 강조하는 데 갑을관계가 뭔지, 이 프레임으로 정책에 접근해도 좋은 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현 정부 공정위의 정책 기조는 ‘대기업은 갑, 중소기업은 을’이라는 틀 속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집중적으로 감시 처벌해 오고 있다. 한 발표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큰 중소기업과 작은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발생하는 문제”라며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은 오히려 시장왜곡을 불러오거나 시장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발표자는 대표적인 갑질 횡포의 하나로 지목돼온 가맹본부와 가맹점 관계를 들어 갑을 프레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나라 가맹본부의 영업이익이 높지도 않은데다, 외국 가맹본부보다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낮은 점이나 로열티라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업풍토에서 물품 대금에 마진을 높게 붙이는 것을 가맹본부의 갑질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갑’인 원사업자가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을’인 하청업자에게 하도급단가를 낮추려고 하면 불리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부당행위로 처벌받게 돼 있는데, 갑을 관계를 떠나 과연 지킬 수 있는 법인지 의문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번 정부 들어 공정위가 상생관계를 독려한다는 명분으로 사업자들을 불러 모아 표준약관을 만들라고 강요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 사업자간의 영업방식 또는 거래방식을 표준화하면 오히려 사업모델의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충고에 대해서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갑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을인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갑인 대기업을 응징하면 정치적으로 박수 받기는 좋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관계에는 이런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는 대목들도 적지 않게 있다. 공정위는 경제부처로 독과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해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정책의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야한다. 갑을관계라는 단순한 사회적 잣대로 복잡한 사업관계에 칼을 들이대면 정치적으로는 특정 진영의 환호를 받을지모르지만 경제는 망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