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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임계점 넘어서는 도전 돼라

시스템반도체, 임계점 넘어서는 도전 돼라

Posted May. 06, 2019 09:00   

Updated May. 06, 2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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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용어로 임계점이라는 게 있다. 온도와 압력을 계속 높이다 보면 물질의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순간이 오는데 그게 임계점이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도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들을 겪으며 성장해 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D램 반도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파는 기업이다. 1969년 1월 삼성전자공업으로 출발해 생활가전을 만들던 회사가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기까지 몇 번씩 임계점을 넘어섰던 순간들이 있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고 했던 신경영선언, 1995년 품질 불량의 휴대전화 15만 대를 부수고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이 대표적이다. 하나를 덧붙이자면 ‘경비원 김영삼 사건’도 있다.

 1997년 즈음 어느 주말 밤, 이 회장이 경비실로 전화를 걸었다. “나 이건희입니다”라는 말에 야간 경비원은 장난 전화라 판단했는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이건희면 나는 김영삼이다.” 이 회장은 그 길로 회사를 찾아가 ‘김영삼’을 불러냈다. “주말 밤에는 당신이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고객이 전화를 걸어올 때도 그런 식으로 응대하느냐”라는 게 이 회장의 질책이었다. 이후 이 회장은 모든 계열사에 대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불량률이 높은 제품으론 살아남을 수 없기에 ‘다 바꾸자’라고 선언했고 그래도 안 바뀌자 이미 만든 제품을 불태운 그 순간, 고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놔도 오래갈 수 없다며 서비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지시한 그 순간 모두 글로벌 삼성으로 가는 길에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들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어떤가. 1968년 11월 1일 첫 생산품 ‘코티나’를 내놓았지만 품질이 엉망이라 ‘코피나’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현대차였다. 이후 꾸준한 기술개발 끝에 국민차로 자리 잡고 세계 수출도 늘었지만 1998년만 해도 미국 최고 권위인 JD파워 품질조사에서는 여전히 꼴찌였다. 그러던 현대차가 올해 발표된 JD파워의 2018 신차 품질조사에서 제네시스를 전체 31개 브랜드 중 1위 자리에 올려놨다. 기아차 쏘렌토와 프라이드도 해당 차종에서 1위였다.

 불과 20년 사이 평가가 극과 극으로 바뀐 건 현대차 역시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8년 말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했다. 하지만 카니발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JD파워 꼴찌로 큰 충격을 받았던 정몽구 회장은 가만있을 수 없었다. 1999년 3월 기아차 임원에게 집으로 카니발을 가져오라고 했다. 한 달 뒤 정 회장은 기아차 본사로 연구·생산직 임원을 모두 불러 손에 든 분필로 슬라이드 도어 위쪽 창문, 시트 밑, 문틈에 동그라미를 쳐가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이 직접 차를 운전하고 분해해본 결과였다. 이후 이 회의는 매달 한 번 정 회장이 주관하는 품질회의로 이어졌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앞으로 10년간 무려 133조 원을 시스템반도체에 투자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의 순간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하나의 임계점을 지나는 순간이길 바란다.

 인텔이 PC용 중앙처리장치(CPU)로, 퀄컴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응용프로세서(AP)로 비메모리반도체의 압도적 강자다. 앞으로 5세대(5G) 통신용 칩,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누가 이 시장의 강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삼성의 투자가 길을 잘 잡아 나가길, 한국에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강화되길, 그래서 한국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에서 모두 세계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