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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한일관계, 기업이 보복받는다

Posted April. 29, 2019 07:46   

Updated April. 29, 20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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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관계 악화가 지속되면서 정치 갈등이 경제 분야로 옮겨붙을 조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대기업보다는 일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 중견, 중소기업과 한국 음식점 등 영세상인이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소주를 판매하는 진로소주의 판매가 상반기에 급작스럽게 하락했다. 발단은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 1월 24일자에 ‘한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제 수치(羞恥) 플레이를 (하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슈칸분슌 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 조치로 관세 인상을 검토했고, 수입품 중 한국 비율이 높은 진로소주와 김 등을 대상으로 거론했다.

 자극적인 기사로 판매 부수를 늘리는 일본 잡지 특성상 혐한 기사는 항상 존재했지만 이 기사는 문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상호인 ‘JINRO’가 뚜렷하게 보이는 제품 사진을 실었다. 그 직후 일본 내 소주 판매가 타격받았다. 슈칸분슌 발행 부수는 약 68만 부로 30∼50대 직장 남성이 많이 본다. 소주의 주요 판매 대상 연령층과 일치한다. 권홍봉 진로재팬 사장은 “매출 하락도 문제지만 브랜드 가치 하락,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더 걱정이다. 영업은 사기로 먹고산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의 정치적 악화 파장이 경제 산업 분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현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는 24일 주일 한국 기업의 법인장급 7명을 불러 긴급 간담회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박용규 지부장은 “참석자들은 한일 갈등이 더 커지면 일본 고객들이 중국 등으로 거래처를 옮기진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 강제징용 배상 소송의 피고인 신일본제철,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가 이어지면 파장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소송 원고들이 5, 6월경 자산 현금화에 나서면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고, 한국 대기업도 피해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정부 간에 위기 의식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가 정권보다는 더 큰 국익을 생각하고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