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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해자서 1600년 전에 만든 最古모형배- 나무방패 출토

월성 해자서 1600년 전에 만든 最古모형배- 나무방패 출토

Posted April. 03, 2019 07:35   

Updated April. 03, 20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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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배를 못에 띄우면 금방이라도 항해할 듯 정교하다. 길이는 약 40cm에 불과했지만 갑판과 선수, 선미 등이 분명하게 표현돼 있었다. 형태는 단순한 통나무배에서 복잡한 구조선(構造船)으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인 준구조선. 경북 경주시 월성 해자 현장에서 2일 공개된 4∼5세기 신라 목제 배 미니어처(모형)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불에 그을린 흔적이 발견됐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4세기 중반에서 5세기 초반으로 확인됐으며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배 모형이다. 등불을 올린 뒤 물 위에 띄운 듯한 모습으로 신라 왕실의 의례용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년여간 진행한 경북 경주시 월성(月城·사적 제16호) 발굴 조사 성과를 이날 현장에서 공개했다. 1600여 년 전 만들어진 배 모형과 동시대에 제작된 나무 방패 2점, 신라의 지방관인 당주(幢主)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목간 1점 등 보물급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 동심원 문양 넣은 신라의 방패

 배 모형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은 방패 2점이다. 한 점은 손잡이가 달렸는데 이 같은 형태의 고대 방패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손잡이가 있는 방패는 가로세로 14.4×73cm, 손잡이가 없는 것은 26.3×95.9cm로 성인의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크기였다. 두 방패 모두 표면에는 날카로운 도구로 동심원과 띠 같은 기하학적 무늬를 새기고,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칠한 흔적이 나왔다. 일정 간격으로 구멍도 뚫려 있었다. 이는 방패의 방어력 강화를 위해 실로 감기 위한 흔적이라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신라 사회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목간도 발견됐다. 3개 면에 글씨를 적어 넣은 이 목간에서는 신라의 지방관인 ‘당주’가 등장한다. 6세기 비석인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제198호) 이후 두 번째로 발견된 사례다. 내용은 당주가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보고하는 것으로 ‘벼 3(參)석, 조 1(壹)석, 콩 8(捌)석’ 등 곡물과 수량을 적어 놓았다. 이 소장은 “신라가 통일 이전부터 숫자를 원래 글자보다 획수가 많은 갖은자를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느티나무숲 거닐던 신라인의 풍류

 월성 주변을 둘러싼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싸고 판 물도랑이다. 월성은 신라의 멸망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해자의 밑바닥은 유기물질이 보존되기에 알맞은 뻘처럼 남아 있었다. 덕분에 이번 조사 결과 쌀, 콩, 자두, 가래, 머루, 버찌, 복숭아, 가시연꽃 등 63종의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 자료를 확보했다.

 문화재청은 규조(珪藻·물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를 분석해 해자의 흐름, 깊이, 수질 등에 대한 정보를 분석 중이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5세기 무렵 신라 왕궁의 풍경을 복원해 낼 계획이다.

 멧돼지뼈 26점이 발견된 사실도 흥미롭다. 치아 분석 결과 모두 6개월 전후의 어린 돼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용이나 의례용으로 ‘영돈’을 즐겨 먹은 신라인들의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조사 성과는 5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한성에서 만나는 신라 월성’에서 공개된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