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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협상 결렬위기 막판 매달려

Posted March. 08, 2019 07:52   

Updated March. 08, 20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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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탕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협의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하루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6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대면 접촉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했다. 두 정상이 마주 앉기 전 과연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타결할 의지가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베트남의 뜨거운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됐건만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 외교수장이었지만 북한 관리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처량한 신세였다.

 CNN방송은 6일(현지 시간) 다수의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됐던 마지막 순간을 소개했다. CNN은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튕기고, 궁할 때는 매달리는 북한의 ‘변덕스러운(capricious)’ 협상 스타일이 이번 회담에서 다시 한 번 정체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기사 제목도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북한의) 무시와 마지막 순간의 절망적 시도.’

 이틀 뒤인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메트로폴 회담장에서 나가 버리려 하자, 북한은 그제야 회담 결렬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3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들고 미국 협상대표단 쪽으로 뛰어왔다. 북한과 미국 관리들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위한 공동의 정의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는데, 최 부상이 가져온 메시지는 영변 폐기에 관한 북한의 제안을 조금 진전시키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미국이 원했던 영변 핵시설의 광범위한 정의를 북측도 공유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담지 않았다. 그래서 최 부상은 미국의 요구를 들고 다시 김 위원장에게 달려갔고, 영변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답변을 얻어왔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런 김 위원장의 답변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출발해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돌아간 것은 미국이 원하던 ‘영변+α(알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영변 폐기뿐만이 아닌 더 광범위한 수준의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했고, 북한에는 영변 폐기 외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영변 폐기)보다 더 얻어야 했다. 여러분들이 다루지 않았고 쓴 적도 없는, 다른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은 미국이 영변 폐쇄 수준에서 납득하기를 원했지만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들어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적 외교의 힘’에 대해 믿음이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얼굴을 맞대면 그를 매료시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미국 관리들은 다음 달 내에 북한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후속 회담 일정과 장소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