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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연합훈련 조정, 北오판 부추겨선 안 된다

韓美 연합훈련 조정, 北오판 부추겨선 안 된다

Posted March. 04, 2019 07:29   

Updated March. 04, 201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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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국방당국이 키리졸브(KE)와 독수리(FE) 연합훈련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올해부터 키리졸브를 대신하는 ‘동맹’이란 새 명칭의 지휘소연습을 4∼12일 실시한다.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아예 없애 대대급 이하 소규모 부대 위주로 연중 실시하기로 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2일 밤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긴밀한 조정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북-미 정상 간 하노이 담판이 성과 없이 끝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북핵 협상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대화 국면이 계속되는 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의 틀은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군사훈련은 오래 전에 포기했다”며 재개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양국 군사당국도 이번 결정도 비핵화 외교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폐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일이다. 한미는 작년 초부터 각종 연합훈련의 규모와 일정을 축소 조정했다. 특히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비질런트에이스 공중훈련은 아예 중단했다. 남북 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감시초소를 폭파하는 등 유례없는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 터에 대규모 연합훈련 실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연합훈련 실종은 대북 군사대비태세의 해이, 나아가 동맹의 이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게 만든다. 가뜩이나 전시작전권 전환과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훈련 공백이 장기화되면 연합방위능력의 실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자산 전개 등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방위비분담금 압박 카드로도 활용하는 상황이어서 동맹의 신뢰관계마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오판 가능성이다. 북한은 그간 연합훈련에 대해 “침략전쟁·핵전쟁 연습”이라고 반발해왔다. 작년 말엔 소규모 훈련마저 시비를 걸며 모든 군사훈련의 완전 중단을 요구했다. 평화 공세의 뒤편에서 북한은 한미 간 이간질의 성공이라고 오판할 수 있다. 혹여 김정은이 하노이의 ‘굴욕’을 엉뚱한 도발로 만회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한미는 대비태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훈련 조정도 일시적 가변적 조치일 뿐, 한미동맹은 당장 오늘밤 어떤 적이든 격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