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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카드’ 꺼낸 美… 돈 문제로 동맹 흔들려선 안 된다

‘주한미군 카드’ 꺼낸 美… 돈 문제로 동맹 흔들려선 안 된다

Posted January. 22, 2019 07:47   

Updated January. 22, 20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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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말 청와대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방문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내 타결이 무산된 직후였다. 해리스 대사가 말한 ‘다른 방식의 동맹조약 이행’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분담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감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경고로 풀이된다.

 지난해 타결됐어야 할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이미 해를 넘긴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배 인상을 요구했고, 미국 정부도 1.5배를 주장하다 1조 원을 약간 웃도는 선까지 물러섰다. 하지만 갑자기 5년 단위의 협상을 1년으로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협상 경과를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급격한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1조 원 초과가 불가피하다는 외교부·국방부의 의견에도 지지층의 비판을 우려해 “1조 원을 넘긴 순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은 오래 전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해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엔 “언젠가 우리 병사들을 (한국에서) 빼내길 원한다”고 공언했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비싼 워게임”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에는 “우리는 호구(sucker)가 아니다”며 동맹국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도 미 역대 행정부는 세계전략 변경에 따른 한국 압박수단으로 종종 주한미군 카드를 흘리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돈으로 동맹의 가치를 재서도 안 되지만, 돈 때문에 동맹의 가치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 이제 분담금 문제는 한미 정상 차원의 논의로 넘어간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북핵·미사일은 우리가 당면한 현실적 위협이고 그 대응은 미군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