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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 속 묘한 동성애 코드가…

화려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 속 묘한 동성애 코드가…

Posted January. 07, 2019 07:30   

Updated January. 07, 20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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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에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누구나 한번쯤 해 보았음 직한, 또는 어린 시절 실행에 옮겨 보았다가 부모님의 불호령을 듣기도 했던 상상이다. ‘사진 회화’의 대명사로서 화려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을 추구하는 프랑스 예술가 듀오 ‘피에르 & 질’이 대표작 211점을 망라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를 갖는다.

 피에르 & 질 듀오는 사진작가 피에르 코무아(68)와 화가 질 블랑샤르(65)가 1976년 한 파티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두 작가는 파리의 아파트 겸 스튜디오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앤디 워홀과 살바도르 달리, 이브 생로랑 등 예술가와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담은 ‘찡그린 얼굴’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40년 넘도록 삶과 예술을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의 작업 방식은 그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피에르가 촬영하고 인화한 초상 사진 위에 질이 그림을 그린다. 완성된 작품을 위한 특별한 프레임(그림틀)을 만들어 회화 위에 ‘입체’라는 특징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잘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 작품 및 두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수 씨엘과 T.O.P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첫눈에 보기에 두 사람의 초상 작업은 오늘날 스마트폰의 ‘사진 장식 앱’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알록달록한 꽃과 반복적인 장식 문양이 인물을 에워싼다. 그러나 이들의 독특한 미감은 반세기에 가까운 상상력 확장의 결과다. 이들은 세계 미술계에 끼쳐온 영향 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에 차용되는 등 대중문화와 패션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의 작품은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빼놓고 논할 수는 없다. 동성애자라는 자신들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때로는 대담하게, 때로는 비밀스러우면서 농밀하게 자신들의 판타지를 예술로 승화시킨다. 이들의 작품은 더없이 아름다운 환상을 자아내지만, 그 환상과 그들이 헤쳐 온 실제 세상은 달랐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두 사람이 14년 만에 한국 미술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에서는 피에르와 질이 작업한 방식을 따라 관객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존’과 두 사람의 작품 스타일로 자신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포토 존’ 등을 제공해 경험의 재미가 크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2시, 4시에 도슨트 프로그램도 열린다.

 3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 오전 10시∼오후 7시.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