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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애를 낳았어!

Posted January. 03, 2019 07:26   

Updated January. 03, 201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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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생명의 탄생은 분명 기쁨이고 축복이지만 출산은 여전히 산모나 아기에게 목숨을 건 여정이다. 지금이야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지만, 400년 전에는 어땠을까. 산모가 무탈하게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도 집안의 경사였을 것이다.

 17세기 산모와 아기를 그린 이 초상화는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영국 체셔 지방의 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할 뿐 누가 그린 건지도 모른다. 그림 속엔 잘 차려입은 두 엄마가 갓난아이를 안고 침대에 나란히 앉아있다. 이들은 생김새도 옷차림도 쌍둥이처럼 똑 닮았다. 눈동자 색이 달라 일란성 쌍둥이는 아닌 것 같지만 닮은 외모로 봐선 친척이나 자매 사이로 보인다. 엄마들은 정교한 레이스가 달린 하얀 드레스를 입고 보석으로 단장했고, 흰 드레스를 입은 아기들은 붉은 세례복에 싸여 있다.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목걸이 디자인이나 드레스 문양, 레이스 장식이 조금씩 다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고, 왜 이런 초상화를 남긴 걸까? 화면 왼쪽 하단에 적힌 문구가 힌트를 준다. ‘같은 날 태어나서 같은 날 결혼하고 같은 날 아이를 낳은 첨리가의 두 여성.’ 그러니까 이들은 영국 체셔 지방의 귀족 가문인 첨리가의 여성들이고, 과할 정도로 격식 있게 차려입고 화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 지금의 눈으로 봐도 신문이나 TV에 나올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첨리가 여성들에게 일어난 것이다. 첨리가 사람들은 가문의 경사이자 축복인 이 놀라운 사건을 화가를 시켜 기록하고 싶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기념 촬영처럼 말이다.

 인구절벽의 시대, 지난해 말 우리나라 신생아 출생률이 사상 최초로 0.9명이 됐다. 부부 당 평균 자녀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거다. 400여 년 전 첨리가에서 일어난 출산이 기록할 만한 신기한 사건이었듯, 미래에는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이런 일이’라며 뉴스에 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