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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지지율, 결국 ‘데드 크로스'

Posted December. 22, 2018 09:30   

Updated December. 22, 20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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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긍정’(45%) 평가보다 ‘부정’(46%) 평가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서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난 것.

 올해 5월 조사에서 83%까지 치솟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개월여 만에 급락한 배경으로는 민생 경제 악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부정 평가의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7%), ‘대북관계·친북성향’(17%) 등의 순이었다. 고용 등 각종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책임론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일어난 비위와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와 이에 따른 논란이 연말 정국을 집어 삼켰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최근 경제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김태우 리스트’ 파문으로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 여권 관계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등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경제 활력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특감반 파문이 다른 이슈를 덮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50대 이상, 대구·경북 지역, 자영업자의 민심 이탈이 두드러졌다. 직업별 조사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계층은 자영업자(57%)였다. 1년 전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33%에 불과했던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지층에서 이탈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58%), 부산·울산·경남(48%), 서울·인천·경기(47%)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높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심각하다. 한 관계자는 “정무수석실 자체 조사를 해도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경제 분야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지지율 40%대는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초 보였던 70∼80%대 지지율은 사실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 제자리를 찾는 것이지만 40% 이하로 내려가면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연말 연초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와 자영업자 지원 대책 등을 통해 지지율 하락세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체감 경기가 나아지고, 답보 상태에 빠진 비핵화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면 내년 1분기에는 다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지르는 ‘골든 크로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 1년 7개월 만에 일어난 문 대통령의 지지율 데드 크로스는 이전 정권과 비교하면 빠른 편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1년 5개월째인 2016년 6월 데드 크로스를 만났다. 세월호 참사와 인사 파문 등으로 당시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는 부정(48%)이 긍정(43%)보다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개월 차인 2008년 5월 데드 크로스가 발생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것. 이 전 대통령은 그로부터 1년 4개월 뒤인 2009년 10월 골든 크로스를 만들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