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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前대법관 영장 청구… 사법 불신 스스로 도려내야

초유의 前대법관 영장 청구… 사법 불신 스스로 도려내야

Posted December. 04, 2018 07:27   

Updated December. 04, 20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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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어제 청구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하급자들과 진술이 상당히 달라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사법사상 처음으로 법원 내부의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5일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강제징용 민사소송에 개입하는 등 30여개 의혹에, 고 전 대법관은 판사가 연루된 건설업자의 뇌물재판 개입 등 20여개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2월부터 작년 5월까지 번갈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두 사람이 사법행정 등에 비판적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의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들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일탈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법원은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누구에게 맡길 지부터 고심할 것이다.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다면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크다. 그럴 경우 위헌 논란 등으로 잠복한 특별재판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다시 커질 수 있다. 잇따른 영장기각으로 이미 홍역을 치른 만큼 영장심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법원 스스로 엄정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에 기재된 의혹은 159쪽에 이른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는 박 전 대법관이 공범으로 등장한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연말을 전후해 피의자로 부를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이 기소되면 그의 공소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등장할 수 있다. 검찰 수사도 이제 정점을 향하고 있다.

 법원 내부의 진통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사법 불신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명의는 환부만 정확히 수술한다’며 검찰 수사의 장기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최근 사태는 초유의 힘든 시기를 맞은 사법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제 대법원에선 사법개혁 방안을 놓고 끝장토론이 벌어졌고, 전국 법원장 회의도 7일 열린다. 법관징계위는 의혹에 연루된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심의를 이어갔다. 불신의 뿌리는 도려내야 하겠지만 재판 불신으로 확산되는 사법위기를 방치할 수는 없다. 사법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면 외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법원은 자성하는 자세로 사법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