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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 ‘봉’으로 보는 수입차 행태 근절하려면

한국 소비자 ‘봉’으로 보는 수입차 행태 근절하려면

Posted August. 04, 2018 07:24   

Updated August. 04, 2018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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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잇따른 사고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BMW 승용차에 관해 ‘운행 자제’를 권고하는 담화문을 어제 발표했다. 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안전 점검을 맡긴 소유자에게는 BMW 코리아측이 무상 렌터카를 제공하기로 했다. 2일에도 BMW의 520d 승용차 한 대가 강원도 영동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에 불길에 휩싸였다.

 올해 들어 BMW 차량에서 30건 가까운 화재가 발생했다. BMW측은 어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를 화재 원인으로 판단한 기술근거자료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BMW측은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집중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문제가 된 BMW 5시리즈가 한국에서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5시리즈 판매 비중이 29%로 한국(30%)과 거의 비슷한 영국·아일랜드에선 EGR로 인한 화재가 없다. 더 설득력 있는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BMW는 지난달 26일 국토부 요청을 받고서야 뒤늦게 리콜에 들어갔다. ‘운행 자제’ 권고도 BMW측이 먼저 스스로 했어야 하나 중고차 가격하락과 운행제한 기간 동안의 보상 등을 우려해 주저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홀대하는 것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2015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독일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 1인당 최대 1200여 만 원, 캐나다에서 500여 만 원을 지급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는 100만 원어치 바우처(서비스쿠폰)를 제공하는데 그쳤다.

 수입차 업계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데는 소비자의 태도에도 원인이 없지 않다. 2015년 당시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대부분 국가에서 판매가 줄었으나 한국에서는 전년보다 16% 늘었다. 폴크스바겐이 내놓은 각종 프로모션을 통한 ‘떨이 판매’에 현혹된 탓이다. 최근 BMW 520d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자 수입차를 과시 대상으로 생각하는 일부 젊은층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며 중고차 시장을 기웃거리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수입차 업체의 횡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