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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함께 사랑이 깨어났다…美사로잡은 실화 로맨스

그녀와 함께 사랑이 깨어났다…美사로잡은 실화 로맨스

Posted July. 09, 2018 07:28   

Updated July. 09, 20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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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과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 그 사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남자. 시놉시스만 보면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라라랜드’보다 현실적이되 ‘애니 홀’보다 따스한 사랑이 펼쳐진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빅 식’(The Big Sick)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쿠마일 난지아니.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실리콘 밸리’에도 출연한 배우인 그와 아내 에밀리 고든의 실화를 담았다. 이야기는 그가 유명해지기 전, 우버 운전으로 돈을 벌며 공연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쿠마일과 에밀리(조이 카잔)는 코미디언과 관객으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운명보다 소소한 현실을 부각한다. 에밀리는 쿠마일과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지만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다. 쿠마일은 “나도 연애 생각이 없어 다행”이라고 응수하고 둘은 다시 만나지 않기로 한다. 이때 백미러를 보는 쿠마일과 창밖을 보는 에밀리의 엇갈린 시선. 느끼함을 덜어내고 현실적 로맨스를 강조한 재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제작자 저드 애퍼타우는 ‘비긴 어게인’,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등 이미 화려한 로맨틱 코미디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영화의 영리함은 에밀리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 부모와 쿠마일이 만나는 과정에서 더 부각된다. 파키스탄 출신인 쿠마일은 무슬림에 관한 편견을 농담으로 승화해 웃음을 터뜨린다. 동생이 백인을 만난 걸 알게 된 형이 소리치자 쿠마일은 “아무 일 아니에요. 우린 테러리스트를 싫어해요”라며 주변을 안심시킨다. 쿠마일의 공연 중 차별 발언을 한 백인 관객에게 에밀리의 엄마 베스(홀리 헌터)가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도 통쾌하다. 가족을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솔직함과 농담을 오가며 쿠마일과 에밀리의 부모는 가까워진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쿠마일과 그의 파키스탄 부모의 관계를 통해 21세기 미국 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세대, 문화 갈등을 담는다. 전통이 이해되지 않지만 가족을 잃게 될까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매주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을 보는 쿠마일, 급변한 한국 사회에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우디 앨런의 역사적 로맨틱 코미디 ‘애니 홀’(1977년)이 연애에 관한 지독한 냉소로 웃음을 자아냈다면, ‘빅 식’은 시니컬하지만 결국엔 다름을 받아들여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그래서 이 소박한 사랑 이야기가 북미에서 17주간 흥행하며 5600만 달러 수익을 올린 것이 납득된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에 질린 관객에게 추천한다. 18일 개봉. ★★★★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