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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죄의 형량은 죽음

Posted May. 15, 2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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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졸음에 목숨을 거시겠습니까. 나른한 봄날, 고속도로를 달리노라면 정신이 번쩍 드는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졸음운전! 자살이자 살인 돌직구처럼 자극적인 경고 문구에 운전대를 잡는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한국도로공사가 전국 2700여 곳에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인 경고판을 내걸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평균 180명인데 특히 봄철 사고가 많다고 한다.

졸음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질병인 경우도 있다. 지난겨울 카자흐스탄 북부 카라치 마을에선 주민 수백 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졸음병에 걸렸다. 한번 잠들면 며칠씩 깨어나지 못했고 신체 마비, 환각 증세도 나타났다. 괴질의 치료법을 끝내 찾지 못한 당국은 결국 전체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풍토병인 수면병은 체체파리가 중간숙주다. 치료를 안 받으면 차츰 잠에 빠져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고사총 처형설이 나온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죄목 중 하나가 지난달 24, 25일 김정은이 참석한 인민군 훈련일꾼대회에서 졸아 불경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4월 26일자 노동신문엔 실제로 김정은으로부터 두 번째 의자에 앉은 현영철이 두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할 때 건성 박수를 문제 삼았던 것으로 볼 때 나이 든 간부들이 정중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자신이 젊다고 무시하는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대기업 총수 중에는 임원회의 중에 자산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지 않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토로하는 이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장관과 비서관들이 열심히 수첩을 꺼내 드는 모습도 권위주의적인 풍경이다. 북한의 고위 관리들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김정은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기에 바쁘다. 어쨌거나 장성택의 건성건성 박수 친 죄에 이어 현영철의 김정은 행사에서 존 죄까지, 북한의 고위층들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