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 해결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8일 20시 07분


코멘트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행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내놨다. 중국이 북한을 미중 간 무역 분쟁에 맞설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뚫을 중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17일(현지 시간)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질의에 “(비핵화 협상)의 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복잡한 ‘3차원의 체스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향후 역할에 대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비핵화 협상 제안은 한미 양국의 양보를 많이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실질적인 제안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한국 미국 외에 다른 전략적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역할은 북한에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협상 재개 촉구를 통해 현재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가진 대북 영향력을 이용해서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시 주석의 방북이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대화 재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미국과 달리 북핵 문제를 무역전쟁 등 미중 갈등에 끌어들이기 거부하던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전격 방북으로 북핵 문제를 미중 관계에 연결시킨 것은 극적인 변화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이 중국 지도부를 얼마나 짓눌렀는지 잘 보여준다.

중국 외교관을 양성하는 외교학원의 쑤하오(蘇浩) 교수는 18일 본보와 통화에서 “중국이 이 기발한 시점을 선택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을 단순히 경쟁자로만 보고 무조건 압박할 수 없다’는 걸 말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에 ‘중국을 압박만 하면 아시아태평양 전체, 심지어 전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오퉁(趙通)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 연구원도 이날 본보 통화에서 “G20에서 미중 무역문제가 북핵 문제가 직접적으로 분명히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전략적 측면에서 미중 간 대립이 격화돼 미중 모두 자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지키려는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고려하면 중국과 북한은 지정학의 관점에서 (함께) 미국을 압박하는 쪽으로 더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방북은 “중국이 한반도 동북아 문제에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특수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줘 미국이 무역 문제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면 중국도 북핵 문제에서 미국을 도울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 관련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0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단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제 결의를 위반했다”며 북한을 규탄했다. 또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올해 4월에 만료되는 대북 독자제재를 2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2006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별개로 독자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과의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선적을 포함해 북한에 기항했던 모든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등이 그 예다.

일본은 북한이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지도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공해상에서 북한 관련 선박이 환적(換積)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안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외무성은 지난달 13~14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적 유조선과 선적을 알 수 없는 소형 선박 2척이 6회에 걸쳐 나란히 근접한 것을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확인했다며 관련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북한 선박의 환적이 의심되는 사안이라며 외무성이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13번째다.

관계 개선을 위한 당근책도 제시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최근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북한에 대해 ’압력‘, ’압박‘ 등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몽골을 방문해 척트바타르 몽골 외무장관에게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바란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공식, 비공식 라인을 모두 동원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