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원-체육시설 등 제한적 허용…내달 5일까지 완화된 거리두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9일 2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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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종교와 학원, 체육, 유흥시설 등의 운영을 제한적이나마 허용키로 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된 국민의 일상을 서서히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다. 두 달째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누적된 피로감을 해소하고 소상공인의 피해도 방치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완화 조치가 집단적인 경각심 해제로 이어지는 건 경계했다.

‘황금연휴’가 고비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9일 “다음 달 5일까지 완화된 형태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최근 봄나들이 인파가 늘고, 총선을 거치면서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늘어난 점을 고려했다. 향후 1, 2주 동안 확산세가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연휴기간에 최소한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국민 여론도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가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17일부터 이틀 동안 국민 1000명의 의견을 물은 결과 63.3%가 완화에 반대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재확산 우려가 크다는 이유(66.2%)가 가장 많았다.

다만 최근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거리 두기를 완화할 근거가 생겼다. 일주일째 신규 확진자는 30명 이하를 유지했고, 최근 2주 동안 발생한 확진자 중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환자 비율은 2.1%로 나타났다. 정부 방역망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앞으로 2주마다 감염 확산 위험도를 평가해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로 했다.

실내 밀집시설 운영 제한을 완화했지만 방역 지침은 그대로 지켜야 한다.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소독 및 출입자 관리 등이다. 이를 어기면 해당 시설을 폐쇄 등 벌칙이 부과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도 “무증상, 경증 감염자가 대규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며 “종교·유흥시설 등의 거리 두기는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정부는 다음 달 5일까지 현 수준의 신규 환자 발생 규모가 유지되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역지침을 전환할 계획이다. 학교, 직장 등에서 밀집도를 낮추고, 최소한의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활방역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 8명을 취재한 결과 어느 정도 밑그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근무 시간과 장소의 유연화다. 굳이 모일 필요가 없다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감염병 시대의 생존법이 됐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는 코로나19를 통해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동현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회식 문화가 쇠퇴하고,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면서 대중교통 밀집도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면 쉰다’는 문화도 확산될 전망이다. 자신의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혹시 모를 감염을 막는 기본 에티켓인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아파도 쉴 수 없는 근로자를 위한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비대면’ 확산은 의료계에서도 큰 변화다. 지금까지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가 컸다. 그러나 원내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비대면 진료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환자를 수시로 모니터링 해 병을 조기발견하고 건강을 지속 관리하는 개념의 의료행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간 물리적 거리를 넓히는 것도 일상화된다. 교실은 학생 수를 줄이고 책상 간격을 띄우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해 한꺼번에 학생들이 몰리는 것을 막는 것도 학교 밀집도를 낮추는 방법이다. 밀집 시설을 이용방식도 바뀐다. 사전 예약제 등으로 실내 체육관 등 시설을 이용하는 인원을 당분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총선 때 경험했듯이 줄설 땐 ‘1m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도 보편화 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방역에 대한 경계를 낮추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처벌과 강제보단 적절한 인센티브로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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