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외부인 안돼”…통합당 자중지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9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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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를 수습할 차기 지도체제로 추진하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카드에 일부 중진 당선자들이 공개 반발하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합당은 이번 주 중 당선자 84인을 한 데 모아 차기 지도부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당권의 향배를 두고 자중지란이 이어지고 있어 쉽사리 결론이 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3선 고지에 오른 통합당 김태흠 당선자(충남 보령-서천)는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17일)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선에 실패한 심 권한대행이 당내 논의 없이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아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월권행위”라며 “당의 진로는 최소한 당선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당선자는 ‘김종인 비대위’ 대신 당내 인사들로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우리 당은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이라며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나약하고 줏대 없는 정당이 무슨 미래가 있느냐. 외부인의 손에 맡겨 성공한 전례도 없다”고 했다.

주말사이 차기 당권 또는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윤상현 권성동 김태호 등 무소속 생환자들에 대한 견제와 이전투구도 이어졌다. 김 당선자는 “무소속 당선자들이 당의 진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도 넘는 행동”이라며 “이들의 복당 문제도 새 지도부 이후 논의해야한다”고 했다. 낙선한 김용태 의원은 18일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해 “선거 다음날 노래방 기계도 가져와 춤도 추려 했고, 바로 (차기) 대선 얘기까지 하셨더라”며 “기뻐하시는 것은 대구 지역구 안에서 그쳐 달라. 그게 한 때 당 대표였던 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이에 홍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인 강효상 의원은 “김 의원은 제발 그 가벼운 입을 닫으라. 능력에 비해 당에서 과도한 혜택을 누리고도 총선을 망친 자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맞받아치며 내홍이 격화됐다.

통합당 3선 이상 중진 당선자들은 20일 국회에서 만나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심 권한대행 등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진 당선자들의 의중이 사실상 차기 지도체제의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합의한다면 통합당은 84인의 당선자 총회를 거쳐 일단 당헌당규가 정한 전당대회 개최 시기인 8월 말까지는 김 전 위원장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당권을 노리는 일부 중진들이 전당대회를 8월에서 앞당기자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당 내에서는 주호영 조경태(이상 5선) 박진(4선) 당선자 등이 차기 당권 도전 후보로 거론된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통합당이 당선자 84인의 의중을 한 데 모아 와야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인 체제에 대한 당내 이견을 먼저 정리한 뒤 비대위원장을 제안하는 게 순서 아니냐는 것. 김 전 위원장 측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이 조기 전당대회를 할지 밑바닥부터 당을 재구성할지 최종 결정해야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당에서 (비대위가 아니라) 조기 전당대회로 가닥을 잡으면 김 전 위원장은 이 당과 결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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