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세기 타고 귀국한 韓 관광객들 “숙소 못 구해 노숙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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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못 구해서 노숙했어요.”

25일 오후 3시 강모 씨(48)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게이트를 빠져 나가며 짧게 말했다. 이달 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났던 강 씨는 열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 씨가 여행하던 도중 한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호텔은 “한국인은 묵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 A 씨는 결국 숙소를 찾지 못해 전세버스 안에서 하루를 지냈다. 가까스로 숙소를 구한 뒤엔 방 안에서만 지냈다.

A 씨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객 400여 명이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운항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겠다면서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지 사흘 만이다.

입국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22일부터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천주교 신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현지에 알려진 뒤였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호텔 직원들이 가져다주는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방 밖에 나갔다가 호텔 관계자들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70대 여성 이선자 씨는 “방 안에만 있는 게 하도 답답해 잠시 운동이나 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며 “호텔 직원이 쫓아와서 방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했다. 유현숙 씨는 “호텔 직원들은 한국인을 보면 도망치듯 피했다”며 “직원들이 하루 세 끼 도시락을 줄 때도 방 밖에서 던지듯 주고 갔다”고 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날 공항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지를 적어 당국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12일에 한국 정부의 전세기로 귀국한 우한 교민들처럼 시설에 격리되지는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를 높게 판단해서 입국 금지 등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입국한 한국인들을 특별 관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남아있는 한국인 500여 명도 돌려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추가 투입할지 검토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인천=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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