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해부대 호르무즈 파병, 당당히 국회 동의 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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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아덴만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한시적으로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이 요구해온 호르무즈 파병을 두고 고심한 끝에 그간 아덴만에서 활동해온 청해부대를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필요시 협력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정부의 청해부대 호르무즈 투입 결정은 동맹인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서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우리 교민 2만5000여 명이 거주하고 우리 원유 수송의 70%가 이뤄지는 중동에서 선박 안전과 자유 항행을 위한 독자적 작전 수행 방식을 택함으로써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되 미국과는 거리를 두며 일단 발을 걸쳐놓은 것이다.

그동안 이란의 도발적 행위에 함께 맞서 달라는 미국의 요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맞물려 우리 정부에 큰 압박감을 줬다. 기꺼이는 아니지만 마지못해서라도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거기에 이란과의 충돌을 부를 수 있는 만큼 파병 결정은 쉽진 않았을 것이다. 이란은 우리 정부에 파병 땐 단교를 각오하라는 경고도 내놓은 상태다. 정부가 외교적 사전 정지작업도 벌였겠지만 향후 이란의 대응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 방안은 미국의 거듭된 파병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 사실상 방향을 정해놓은 것이다. 그러다 올해 초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와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긴장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결정을 미뤄왔다. 최근 미-이란 간 긴장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파병 발표의 적기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변통의 측면이 크다.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매우 높은 호르무즈해협이다.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 작전 성격도, 파병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청해부대는 그간 해적 차단 위주의 해상작전을 벌이며 소규모 무장집단을 상대했다. 하지만 호르무즈에선 이란 정규군의 해협 봉쇄나 유조선 나포·공격에 대응해야 한다. 그만큼 위험도 크고 단단한 경계와 대비태세가 요구된다.

정부·여당은 기존 국회의 청해부대 파병 동의에 작전범위 확대 근거가 있는 만큼 동의 절차를 다시 밟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1야당도 반대하지 않는 사안을 두고 국회를 건너뛰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내 논란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파견 장병에게도 자신들의 임무에 당당한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덴만#청해부대#호르무즈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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