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유민봉 “총선 불출마”…한국당 ‘중진용퇴론’ 불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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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6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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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 © News1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 © News1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당 혁신을 요구하며 내년 4·15총선 불출마선언을 하면서, 한국당에서 ‘중진용퇴’를 핵심으로 하는 인적쇄신론이 부상하고 있다.

초선 비례대표인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 당은 국민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가 못되고 유연성과 확장성도 부족하다”며 “그 공간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자리를 좀 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저는 비례 초선 의원이다. 저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정치력이 큰 선배 여러분이 나서준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치인은 패배하고 나서야 정치를 그만둔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줄 정치인이 한국당에서 많이 나와줬으면 한다”고 사실상 중진용퇴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재선인 김태흠 의원은 5일 영남권·서울 강남 등 보수 진영 강세지역의 중진 용퇴론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의원의 용퇴 요구와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당내 초선 의원들이 7일 오전 회동을 갖기로 하는 등 쇄신 논의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같이 불거지기 시작한 인적쇄신론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초·재선발 쇄신론이 파급력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있다.

한국당에선 지난해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초선 의원들이 중진 용퇴를 요구하며 당 혁신을 위해선 차기 총선 불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당시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바 있는 유민봉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 의원의 핵심 측근은 특정 의원들이 ‘불출마를 시사’했다고 알려진 초선 회동 후 뉴스1과 만나 “불출마 각오 없이 중진들의 퇴진을 요구했겠나”라며 “다만 지역구 의원으로서 주민과 핵심당직자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쇄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결집한 초·재선 모임은 이후 ‘통합·전진’모임으로 발전하며 한국당의 중진들과 양대 계파를 뛰어넘는 ‘신주류’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황교안 지도부 출범 이후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된 모습이다.

특히 불출마를 시사한 적 있는 의원들은 총선 레이스가 다가오자 이를 일축하고 나서 ‘번복’ 논란마저 일고 있다.

무엇보다 용퇴론이 확산될 경우 해당 중진들의 반발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다. 이들은 당 쇄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획일적 중진배제’ ‘내리꽂기식 물갈이’는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선제적으로 쇄신을 요구하고 나선 김태흠·유민봉 의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이들이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인 만큼, 황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해소하고 지도부를 엄호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김태흠 의원이 지목한 영남권, 서울 강남 지역 3선 이상 의원은 이종구(서울 강남갑)·김무성(부산 중구영도)·김정훈(부산 남구갑)·유기준(부산 서구동구)·조경태(부산 사하구을)·김세연(부산 금정구)·유재중(부산 수영구)·이진복(부산 동래구)·주호영(대구 수성을)·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김광림(안동)·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정갑윤(울산 중구)·이주영(창원 마산합포구)·김재경(진주을)·여상규(사천·남해·하동) 의원 등 16명이다.

유기준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용퇴론 제기에 “기본적인 방향성이라든지 개혁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많은 의원의 의견을 모아서 그런 이야기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정 지역을 정해 어떻게 하고, 또 본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말이 없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훈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기준 없이 특정 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이고, 게다가 3선 이상 중진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진용퇴론 등 인적쇄신이 의미있는 성과를 남기기 위해선 한국당의 고질병인 ‘계파갈등’과 유권자들의 외면을 사고 있는 전통보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선 재정립 과정 등 일련의 쇄신작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선 당 지도부와 주류 계파 등 주도권을 쥔 세력부터 ‘내려놓기’에 나서 쇄신에 대한 초계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김태흠, 유민봉 의원의 저의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주장한 내용은 상당히 일리가 있지 않나”라면서 “당내에서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사과 등 기존 친박계의 프레임을 깨는 전향적 자세, 내려놓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관측했다.

이어 “이들에겐 이러한 결단이 불출마 선언보다 힘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정도 용기를 내지않으면 한국당의 혁신은 불가능하다. 또 혁신이 없으면 내년 총선도 한국당으로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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