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오바마 ‘軍작전 상황실’ 차이 극명…‘연출사진’ 의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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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8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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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가 26일 미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가운데, 제거작전 당시 백악관 상황실을 담은 사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백악관은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실에서 미군 특수부대의 알바그다디 제거작전을 지켜보는 사진을 공식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2011년 5월) 상황실 공개 효과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정부 때 대통령이 상황실에서 ‘9·11테러의 배후’ 빈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보는 사진을 공개했고, 이는 두고두고 화제됐다. 외교안보 분야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번 알바그다디 제거작전의 성공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다만 AP통신은 “두 개의 위험한 군사작전과 백악관의 극적인 순간, 그렇지만 두 장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대통령의 스타일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두 장의 사진은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그것은 두명의 대통령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실 테이블의 메인석에 있고, 좌우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곧은 자세로 앉아있다. 참모들은 모두 넥타이까지 갖춘 정장 또는 군 정복 차림이며,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8년 전의 빈라덴 사살작전 상황실 사진을 보면 메인 좌석에는 당시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마샬 B 준장이 앉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앙 좌석을 내어주고 다소 뒤로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이 ‘최고 군통수권자’이기는 하지만, 실무 지휘자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자리에는 조 바이든 (당시)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마이크 멀린 합창의장 등이 참석해 작전을 지켜봤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대부분 참모진은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팔짱을 끼거나 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했고, 테이블에는 커피잔도 놓여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의 상황실’은 다소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터넷 케이블이 어느 것도 제대로 연결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카메라 IPTC 메타데이터의 촬영시간 기록을 근거로 미군의 작전이 끝난 뒤 연출됐다는 주장을 내기도 했다. 제거작전은 오후 3시30분께 이뤄졌는데 사진은 같은날 오후 5시5분께 촬영됐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빈라덴 사살작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공을 평가절하했던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오바마가 빈라덴을 사살했다고 축하하지 말라. 네이비실(해군특수부대)이 빈라덴을 사살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알바그다디 제거 소식을 전하면서 “전 세계의 넘버원 테러리스트에게 ‘정의’를 가져다준 어젯밤은 미국과 전 세계에 위대한 날이다.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도 컸지만 알바그다디의 사망은 그보다 더 큰 것”이라며 성과를 강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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