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실무협상, 오는 5일 개최…‘마라톤협상’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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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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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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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합의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이 5일 열린다. 당초 7월 중순 개최가 유력했던 협상이 두 달 반가량 지연될 정도로 그동안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만큼 실제 협상테이블에서도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 간의 마라톤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북한) 측은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 이번 협상을 통해 조미관계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최선희의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던 북한이 그 후 약 한 달 동안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16일) 김명길 북한 측 수석대표(20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27일) 명의로 연쇄적으로 담화를 내놓으며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엔 최선희 담화 형식으로 협상 공식 재개를 알린 셈이다.

최선희는 담화에서 협상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북한이 원하는 시간·장소에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력한 협상 장소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판문점 혹은 평양이 거론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판문점에서 사전접촉을 거친 뒤 평양으로 향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도 변수다. 스웨덴과 스위스 제네바 등 제3국에서 접촉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북-미 양측이 아직 비핵화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수준으로 비핵화 및 상응조치에 대해 이견을 좁혔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그런 만큼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하노이 결렬’ 이후 서로 얼마나 입장이 변했는지를 파악하는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서로에 대한 견적을 뽑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미국이 정말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고 나왔느냐를 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미국이 그런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보기 이른 만큼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무협상 전 예비접촉’이라는 다소 이례적인 만남이 북한을 통해 먼저 공개된 것을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위 전 대사는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화 구도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실무협상 전 사전 조율을 거치게 될 예비접촉 존재를 공개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싱가포르와 하노이 정상회담 전 진행됐던 실무협상이 모두 사실상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 수준의 대면으로 그쳤던 만큼, 이번엔 ‘제대로 된’ 비핵화 논의가 이뤄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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