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사령탑’ 주대환 전격 사퇴…“당 깨려는 검은 세력 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1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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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으로 내홍이 끊이질 않던 바른미래당의 혁신을 이끌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된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1일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자 한다”며 전격 사퇴했다.

주대환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기대를 가졌다”며 “몇 달간의 계파 갈등을 멈추고 미래를 향해 비전을 마련하려고 하니 당의 발전 전략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실제 혁신위원회 활동 중에 제가 본 건 계파 갈등의 재현이었다”며 “혁신위원회 안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매우 크게 실망했고 특히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 크게 분노를 느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물론 제 자신이 그들과 맞서 싸우고 이 당을 발전시키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지만 오늘 저는 역부족을 느끼고 그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혁신을 총괄하는 중책을 부여받고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당 혁신위를 이끌어왔다. 위원장의 제안으로 혁신위원 전원 40대 이하 청년층으로 구성했지만, 구성 과정에서부터 당 내 이견차로 출범이 차일피일 지연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내 계파 갈등에 대해 “당의 미래 발전 전략을 내놓지 않고 계속 ‘손학규 퇴진’ 단어 두 개, 그 이야기만 하는 분들이 혁신위 절반을 차지했다”며 “우리 젊은 리더들이 계파에 전이돼 그런 역할을 하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사퇴 결정은 이날 오전 스스로 결심했고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나 논의는 하지 않았다. 그는 “10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왔을 때 제가 가진 포부와 생각, 제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제 거취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전날 심야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1차 혁신안을 의결했지만 주 의원장은 “설익은 합의”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1차 혁신안은 당 지도부의 거취 문제에 관해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검증하고 최선의 지도체제를 모색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주 위원장은 혁신안에 대해 “무슨 당 미래 발전 전략이 있나. 당 혁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걸 우려해서 더 논의하자고 간곡히 이야기했는데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주 위원장은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혁신안을 마련, 만장일치로 의결하길 원했지만 일부 위원들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에 손학규 대표 재신임이 포함된 데 대한 불만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주 위원장은 “그게 아니고 (혁신안을) 한번 읽어보시라”며 “통상적인 다른 당의 혁신안과 비교해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검은 세력’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건 짐작들 하시죠”라며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해온 계파를 시사했다. 당을 깨려는 세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그렇다”고 단언하면서 “여러분이 조금만 지켜보면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혁신위원도 사퇴를 고심하고 있다. 손학규계로 알려진 김소연 혁신위원은 당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은 입장문을 내 “쓴소리를 들어 마땅한 혁신안을 들고 나와서, 누가 봐도 뻔한, 혁신적이지 않은 혁신안, 최고위에서 나온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혁신안의 의결에 이른 책임을, 혁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통감한다”며 “청년정치의 한계는 어쩌면 청년 스스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시간이었다”고 회의감을 나타냈다.

조용술 위원은 혁신안 표결에 대해 “그동안 우리 당이 직면했던 갈등, 힘의 정치가 재연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두려웠다”며 “고생하신 주대환 혁신위원장님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저의 활동 범주도 깊이 있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당 내에서는 주대환 혁신위원장의 사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혁신위가 의결한 혁신안이 위원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정에 불복해서 사퇴해버리는 건 너무나 무책임한 일로 몹시 유감스럽다”며 “어럽게 만든 혁신위가 위원장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승민계로 알려진 이기인 혁신위원회 대변인은 주 위원장 사퇴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계파싸움을 막기 위해 혁신위를 구성한 장본인으로 당규에 의거한 의결과정을 계파갈등으로 몰아세우고 전격 사퇴하는 모습에 위원장을 맡은 의도가 뭐였는지 안타깝다”며 “총선승리와 정권심판을 위한 막중한 책무를 허무하게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위원장 사퇴로 혁신위 업무를 그만둘 수 없기에 개인적 사퇴일 뿐 혁신위 의견이 아니다”며 “혁신위는 이런 진통에도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유승민계에서 추천한 권성주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당의 종양을 제대로 겨누니 혁신위를 깨버리겠다는 것”이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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