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 다른 게 아니라 밀린 거야”… 말 돌리지 않는 벤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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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5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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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 A대표팀 감독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호주 원정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5/뉴스1 © News1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 A대표팀 감독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호주 원정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1.5/뉴스1 © News1
한국 사회에서 ‘병역문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주축 수비수 장현수에게 ‘대표선발자격 영구박탈’이라는 철퇴를 내린 것은 그 예민한 화두와 직접적으로 결부된 일에서 큰 문제를 일으켜 국민적 반감을 샀던 까닭이다.

장현수는 병역특례 봉사활동 내역에 대한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고, 결국 지난 1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축구협회의 이 선택에 대해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파란 눈의 외국인 파울루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벤투 감독은 5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 2연전 소집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장현수는 코칭스태프의 결정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제외됐다”는 말로 아쉬움 드러내면서도 “공정위원회가 내린 징계사항을 받아들여야한다. 분명 경기력 차원에서는 손실로 이어지겠지만 문화와 환경이 같을 수 없기에 결정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한다. 이제 대안을 찾아야한다”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벤투라는 지도자의 성격이나 성향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누군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펄쩍 뛸 수도 있었을 일이다. 중요한 전력이 빠졌다며 우는 소리로 일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을 빨리 버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맺고 끊는 것이 정확한 벤투의 이런 스타일은 이번 소집 명단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몇몇 추가로 발견됐다. 대표적인 게 기성용 은퇴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이승우를 제외시킨 이유를 설명하던 부분에서다.

일각에서 기성용이 아시안컵만 뛰고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벤투 감독은 “그 어떤 선수와도, 아시안컵 이후 은퇴한다는 공감대를 나눈 적 없다. 당장 아시안컵뿐만 아니라 이어질 월드컵 예선 등 중요한 목표 달성에 있어 도움이 될 선수들은 계속해서 일원으로 포함시킬 것이다. 기성용 역시 계속 필요하고 중요한 일원”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필요하면 쓸 것이다’ ‘선수와 상의하겠다’ 구구절절 없었다.

돌아보면 한국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부터 그랬다. 그는 8월23일 취임 기자회견 때 “기성용이나 구자철은 대표팀 내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직 (은퇴 유무)확정이 나지는 않았으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선수들과 대화하겠다”면서 특히 “한국 대표팀에서 기성용은 플레이나 주장으로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후 은퇴설이 분분했던 것을 한 순간에 잠재우는 발언과 함께 기성용에게 신뢰를 듬뿍 안겼다. 그 덕분이라고 다 해석할 수는 없으나 기성용은 벤투호 체제로 바뀐 뒤 적어도 대표팀에서는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믿음을 줄 때는 어설프지 않다. 단호함이 필요할 때는 얼음 같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이승우가 제외됐다. 근래 축구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일종의 아이콘이다. 회견장에서는 ‘소속팀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게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벤투 감독은 “그것도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다. 만약 설명이 여기서 멈췄다면 다른 논란이 나올 수 있었다. 그가 과거 “소속팀에서 좋지 않아도 대표팀에 뽑는 경우들도 있다”고 말한 까닭이다.

하지만 벤투는 “소속팀 문제보다 더 큰 이유는, 이승우가 뛰는 포지션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외의 답이었다. 그는 “이승우와 같은 포지션에 경험도 많고 능력도 좋고 멀티자질도 갖춘 이들이 있다. 지난달에도 소집만 했다가 활용 못한 면이 있어 뽑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경쟁에서 밀렸다는 의미다.

이승우 경우에도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다. 지난 10월 A매치 일정이 끝날 때 공식 회견장에서 벤투는 이승우가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른 선수가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문 막히게 답변, 더 이상의 논란을 봉쇄했다.

필요한 상황에서는 주위를 신경 쓰고 또 분위기를 반영하지만,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아랑곳없이 소신대로 지휘봉을 흔들고 있다. 매 소집 때마다 흥미로운 면이 발견되고 있는 벤투 감독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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