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위기로 기회 잡은 조선업, 그래도 구조개혁 늦추지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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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밀려 침체에 빠졌던 한국 조선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은 올 들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781만 CGT(표준화물 환산 톤수)의 43%인 756만 CGT를 수주했다. 2위인 중국(570만 CGT·32%)을 멀찌감치 따돌린 1위다. 월별 수주 물량에서도 5월 이후 4개월째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연간 수주량에서 중국을 앞서게 된다.

올 들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정부 지원과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주를 싹쓸이했던 중국의 관(官) 주도형 조선산업이 기술과 품질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해외 선주들은 ‘믿을 수 있는’ 한국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산 선박은 용접이 허술하다거나 납기(納期)를 넘기기 일쑤라는 지적이 선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축적된 기술과 시장 신뢰도가 제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는 단순한 진리가 입증된 셈이다. 더구나 최근 중국 내 임금이 오르면서 중국 조선업의 가격 경쟁력도 크게 떨어졌다.

한국과 중국이 세계 조선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는 구조에서 중국의 위기는 곧 한국의 기회다. 하지만 한국 조선업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조선 빅3’의 수주 실적은 자체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목표의 59%를 달성했을 뿐 대우조선해양(48%)과 삼성중공업(45%)은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처럼 수주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가(高價)인 해양플랜트 수주 성과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분야의 시간당 임금이 경쟁사인 싱가포르 업체의 2.6배나 되는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쟁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노동 생산성을 올리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 조선소를 중심으로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 작업은 계속됐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은 갈 길이 멀다. 아직은 고삐를 늦출 때가 아니다.
#조선업#선박 수주#구조개혁#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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