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에 낙서하듯 수십 개 문신…반인륜적 범죄에 분노하는 모로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일 16시 15분


코멘트

두 달동안 10대 소녀 카디자 감금해 고문·성폭행
반인륜적 범죄에 분노하는 모로코
여성들 “우리 모두 카디자가 될 수 있다” 분노

트위터 화면 캡처
트위터 화면 캡처
모로코 사회가 10대 소녀를 상대로 벌어진 반인륜적 범죄에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청소년들이 버스 안에서 정신 장애가 있는 여성을 단체로 성추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수천 명의 여성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인 지 일년 만이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성폭력 범죄에 분노한 여성들은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와 정부를 향해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 카디자(17)의 온몸은 끔찍한 범죄의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별과 하트 등 조잡한 그림들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팔과 손등, 목이나 다리까지 낙서처럼 새겨진 문신들로 몸 전체가 엉망이 됐다. 모두 그녀를 감금한 상태에서 남성들이 강제로 약을 먹여 잠들게 한 뒤 새긴 문신들이다.

트위터 화면 캡처
트위터 화면 캡처
카디자는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기간 친척집에 머물다가 두 명의 남성에게 납치를 당했다. 이후 돈과 마약을 대가로 다른 남성들에게 팔린 그녀는 2개월 동안 감금된 상태로 상상하기 힘든 고문을 당했다.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매춘을 강요 당했다. 담뱃불로 손등을 지지는 등 상처를 내고 성폭행도 반복해 벌어졌다.

그녀는 “절대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그들은 나를 파괴했다”며 “두 달 동안 고문은 끊이지 않았고, 제대로 먹거나 마실 수도 없게 하는 등 나를 짐승처럼 다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남성들은 총 15명, 이 중 12명은 경찰에 체포됐고 3명은 도주 중이다. 이들은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조건으로 카디자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엽기적인 범죄가 알려지자 여성들의 분노는 모로코를 넘어 중동·아프리카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여성들은 “우리 모두가 제2, 제3의 카디자가 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각국 인권운동가들은 모로코 국왕이 직접 피해자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질 때까지 의료 및 심리적인 보살핌을 제공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3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탄원서에 서명했다. 튀니지의 한 여성인권단체는 피해자의 문신을 없애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비 모금에 나섰다. 카디자는 무자비하게 새겨진 문신으로 몸 대부분에 피부염이 생겼지만 아직 치료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모로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나의 권리와 존엄성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6일 열린다.

이 사건에 대해 모로코 정부는 아직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모로코는 성희롱, 폭력, 여성학대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모로코 법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강간 범죄만 1600여 건이 발생했다. 모로코 여성인권단체가 2009년 모로코 여성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분의 2가 “어떤 형태로든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강간범들이 희생자와 결혼하면 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법안을 모로코 정부가 폐지한 시기는 불과 4년 전이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