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남편 司試내조 ‘워킹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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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다섯번째 여성대법관

18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52·사법연수원 20기)가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으면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앞서 김영란(61·11기)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이 있었고 박보영(56·16기) 김소영 대법관(52·19기)을 포함해 현직 여성 대법관이 3명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전남 해남 출신인 박 후보자는 광주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23세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학 후배로 만나 캠퍼스 커플로 지내다 결혼한 남편 박태완 변호사(53·33기)는 사법시험 준비를 오래해서 시험 합격 기준도 13년 후배다.남편이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박 후보자가 실질적인 가장(家長) 역할을 했다. 남편 박 변호사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아내는 평생 법원에 있으면서 재판밖에 모르는 판사”라고 말했다.


남편이 사법시험 공부를 하는 동안 1995년 장남이, 2년 뒤 차남이 태어났다. 박 후보자는 1997년 남편과 떨어져 대구지법에 근무하면서 둘째를 낳고 아들 둘을 키웠다. 이런 경험을 통해 박 후보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의 애환을 공감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2001년 서울가정법원에서 맡은 가사재판을 심도 있게 할 수 있었다.

박 후보자는 주변에 남편이 변호사라는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으로서 공정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서울고법의 동료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자가 될 때까지 박 후보자의 남편이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법원 동료 판사들은 박 후보자가 남편 시험 뒷바라지를 하면서 친정 부모님도 성심껏 모셨다고 입을 모았다. 박 후보자는 1남 6녀 중 다섯째다.

박 후보자는 1991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박 후보자는 재판 업무를 담당하며 “모든 사건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법관은 그 사연에 가장 알맞은 ‘정의’를 찾아야 한다. 재판마다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첫 여성 부장판사로 일할 때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다양성을 강조하는 판결을 다수 선고했다. 은행이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정규직 행원보다 적은 통근비와 식대를 지급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한 것은 대표적이다. 또 아내 상속 관습에 따라 재혼을 강요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케냐 여성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대법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이 유지해온 가치들을 존중하되, 양성평등 및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충실한 대법원 판례가 나올 수 있도록 제 힘과 지혜, 열정을 모두 쏟겠다”며 “여성 대법관 한 명이 늘어난 형식적 의미의 다양화가 아니라 실질적 의미의 다양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박정화#여성대법관#국회#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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