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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앰프소리에 민원 100번도 더 넣어”… 짜증 넘어 분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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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앰프소리에 민원 100번도 더 넣어”… 짜증 넘어 분노로

김윤종기자 , 임현석 기자 , 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입력 2016-07-27 03:00수정 2016-07-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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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感이 괴로운 도시]<上> 소음-빛-악취… 감각공해에 찌든 피로사회 《 25일 오후 9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오거리. 기타 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메웠고 휘파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젊은이들의 문화인 ‘버스킹’(길거리 공연) 현장은 크나큰 ‘스트레스’의 진원지로 다가오고 있었다. “진짜, 민원을 100번은 넣었어요. 너무 시끄러워서 손님 응대가 불가능할 정도예요. 법적 조치를 생각 중입니다.”(화장품 가게 직원) 이날 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반경 500m 내 지역에 무려 세 팀이 길거리 공연을 벌였다. 신촌에 사는 권유정 씨(24)는 “밤 12시 반까지도 노랫소리가 들려 잠들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시대와 문화가 바뀌면서 우리 삶에 새롭게 침투하고 있는 ‘감각공해’가 고통을 부르고 있다. 취재팀이 2000∼2015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환경분쟁신청사건 피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소음·진동공해는 2000년 60건에서 2015년 177건으로 15년 사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
 

○ “저녁 힙합 버스킹은 한류스타 와도 싫다”

전체 분쟁 피해 원인 중 소음, 진동 등 감각공해로 인한 피해가 86%(2769건)를 차지한 반면 물질공해인 대기오염, 수질오염은 3∼6%에 불과했다.

네온사인 등 인공조명이 밤에도 대낮처럼 밝게 비추어 숙면을 방해하는 ‘빛공해’도 심각하다. 취재팀이 서울시 등 87개 지자체의 빛공해 민원을 집계해 보니 2012년 2800건, 2013년 3210건, 2014년 3850건, 2015년 3670건 등으로 매년 3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김주혁 씨(41)는 “야구 경기가 열리면 아파트 주변이 환해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검암동 주민들은 네온사인 불빛에 수개월째 밤잠을 설쳐 참다못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주거문화의 변화와 도시화도 감각공해의 원인이다. 기존에는 주택지구와 상업지구가 명확히 갈렸지만 요즘은 명소로 떠오르는 곳을 중심으로 상업가와 주택가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소음과 악취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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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공해 심각, 주택과 상업지구 혼재 문제

최근 뜨고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경우 냄새공해가 큰 논란거리다. 주택가에 설렁탕집이 들어서면서 환풍기를 통해 내뿜는 고기 냄새를 참다못해 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전국 악취공해 발생건수는 2014년 1만4816건에서 지난해 1만5573건으로 증가했다.

남광희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공해의 정의가 새롭게 규정되고 있는 셈”이라며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은 인간의 감각으로 직접 감지하기 어려운 반면 감각공해는 누구나 쉽게 감지할 수 있어 체감상 더 큰 공해로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감각공해 역시 물질공해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심야에 일정 밝기 이상의 빛에 노출되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 장애도 일으킨다. 배명진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음성통신전공)는 “소음공해가 신체 장기 부위에 불쾌감을 주어 두통이나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각공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앞 삼성 사옥 주변은 틈만 나면 각종 시위로 고성과 노래가 흘러나와 사옥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를 보지만 이를 감각공해로 규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각공해에 대한 법적 기준치는 있지만 너무 낮거나 측정의 문제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빛공해의 경우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에 따라 주택가에 비치는 빛이 10lx(럭스)를 초과하면 공해 수준이 된다. 반면 미국은 3lx, 독일은 1lx 이하로 기준이 훨씬 엄격하다.

○ 감각공해 밑바탕에 피로사회 분노 깔려

정부조차 감각공해가 사회적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환경부 관계자는 “빛공해의 경우 커튼을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공해로 느낀다”며 “인식 변화로 감각공해 대책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간 밤샘 근무와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감각공해 민원인의 대다수다. 낮에 집에서 쉬거나 주말에 잠시 늦게까지 눈을 붙일 때 위층 아이의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듣고 분노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

황석환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감각공해는 사회적 피로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사람들이 다소 과하게 반응한다”며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감각공해에 대한 정부의 환경정책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임현석 기자
신다은 인턴기자 연세대 국제학부 4학년
#소음#빛#악취#감각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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