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카메라 피하는 윤석열 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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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취임식을 위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있다. 양회성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뒤 취임식을 위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있다. 양회성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목요일인 25일 대검찰청으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후에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취임식과 동시에 2년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은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는 모습, 현충원 참배 모습, 취임식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튿날인 26일은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검찰총장이 지하주차장으로 출근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대표로서 출근길 짧은 시간이지만 검찰의 입장을 기자들을 통해 국민에게 전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 발(發) 이슈가 터지면 기자들은 어김없이 검찰의 대장인 총장의 얼굴을 보러 간다. 하지만 윤 총장은 이러한 관행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7년 7월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 시절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7년 7월 인사청문회를 앞둔 후보자 시절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2017년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이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2017년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이 출근길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업무를 수행했을 때도 비슷했다. 2017년 5월 22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처음 출근할 때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그 이후 국정감사나 공식적인 검찰 행사 이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달 17일 청와대에 의해 검찰총장으로 지명됐을 때 잠깐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으로 나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뒤로는 언론 노출을 피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후로도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고 한다.
2012년 11월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퇴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2012년 11월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이 퇴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과거에는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뇌부들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2009년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오른쪽)이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과거에는 검찰총장을 비롯해 수뇌부들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2009년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오른쪽)이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윤 총장은 언론에 나오는 것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윤 총장이 여주지청장으로 국정감사장에서 폭탄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윤 지청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주지청에 간 적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식사하러 나가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윤 지청장은 기자를 피해 정문으로 나가지 않고 다른 문으로 빠져나갔다. 다행히 기자가 재빨리 따라가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찍은 적이 있다.
2013년 11월 검찰이 항명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 예정인 가운데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11일 외부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3년 11월 검찰이 항명 논란을 일으킨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 예정인 가운데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11일 외부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역대 검찰총장은 카메라 앞에 자주 나섰다. 검찰 조직의 대표로 현안이 있을 때, 가능한 투명하게 검찰의 입장을 내보일 필요가 있을 때면 총장은 출근하는 모습 뿐 아니라 퇴근길에서도 기자들에게 작심발언을 비롯해 ‘한마디’를 해 검찰의 입장을 전하곤 했다. ‘한마디’가 부담스러운 시기에는 그나마 점심시간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외부로 식사 하러 나가는 모습 등을 공개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앞으로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 등의 문제로 카메라 앞에 서야할 때가 꽤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카메라를 피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것인지 묻고 싶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언론을 기피하는 검찰총장의 모습이 안타깝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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