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日 이겨달라며 조치훈 아낌없이 후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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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씨가 전한 ‘바둑사랑’… 조치훈 “내 그늘이 되어주신 분”

2015년 12월 4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왼쪽)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조치훈 9단과 바둑을
두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2015년 12월 4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왼쪽)이 서울 중구 롯데호텔 집무실에서 조치훈 9단과 바둑을 두는 모습. 롯데그룹 제공
“내가 돈으론 일본을 이겼으니, 너희가 머리(바둑)로 일본을 이겨다오.”

프로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의 형이자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바둑 선생님이던 조상연 씨(일본기원 7단)는 20일 50년 넘게 이어왔던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조 씨는 “어린 동생(조치훈)을 일본으로 데려와 프로로 키우고 싶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면서 “회장님이 지원해줘 동생이 일본에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고인의 바둑 사랑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바둑 초보였지만 머리가 좋고 열심히 배워 전성기엔 ‘아마 5단’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조 씨는 “과거 통금시간이 있던 시절 집에 가려고 하면 회장님이 자고 가라며 붙잡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조치훈 9단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격호 명예회장님은 나에게 ‘그늘’과 같은 존재였다.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조 9단은 2015년 12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고인을 만나 바둑을 뒀던 일화를 들려줬다.

조 9단은 “당시 회장님의 병세가 깊어 나를 못 알아볼 수도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가족분들이 말했는데 회장님은 나를 한 번에 알아봤다”며 “요즘 어디 사느냐, 머리카락이 엉망인데 왜 이발소에 가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내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져드리긴 했지만 수준급이었다”면서 “‘항상 겸손하라’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시고 저세상으로 가셨다. 편히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신격호 명예회장#롯데 창업주#바둑#조치훈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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