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함께하는 일자리 탐구] ⑦ 스포츠심리상담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11일 05시 45분


윤영길 한체대 교수. 스포츠동아DB
윤영길 한체대 교수. 스포츠동아DB
■ 좋은 시장은 많아, 전문성만 갖추면 직업적 전망 ‘굿’

보이지 않는 변수, 심리요인 관심 증폭
현장 경험·자격따라 1∼3급으로 구분
선수의 경기력·자아실현 등 멘탈 코칭
스포츠·사람에 대한 이해·경험 중요


선수들의 심리상태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는 2015년 캐나다여자축구월드컵이다. E조의 한국은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과 함께 묶여 16강 진출이 쉽지 않았다. 브라질전에서 0-2로 진 한국은 반드시 잡아야 할 코스타리카와 2-2로 비기고 말았다. 분위기는 어두웠다. 그 때 빛을 발한 게 심리적 동기부여였다. 멘탈 코치로 동행한 윤영길 교수(한체대)가 아이디어를 낸 ‘A4 멘탈 코칭’이 효과를 본 것이다.

코스타리카전 직후 ‘왜 그래? 월드컵 끝났어? 스페인 이기면 조 2위다!’라는 문구로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스페인과의 3차전을 앞두고는 숙소 엘리베이터 벽에 ‘스페인 애들 급해. 그래서 시작하면 서두를 거야. 차분하게 기다려, 그리고 악착같이 뛰면 기회가 생길 거야’라고 쓰인 종이를 붙였다. 결국 한국은 스페인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선수의 심리에 개입해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야 하는 스포츠심리상담사는 한국스포츠심리학회가 인정하는 스포츠심리 및 스포츠과학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현장수련을 해야 한다. 전문성에 따라 1∼3급으로 나뉜다. 1급의 경우 2급 자격자, 스포츠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가 신청가능하다. 2급은 3급 자격자, 스포츠심리학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자, 3급은 운동 관련 현장에서 2년 이상 전일 근무했거나 관련 자격증 소지자 또는 체육 관련학과 재학생 이상에 해당되면 신청가능하다.

현재 2급은 200여명, 1급은 50∼60명이 활동하고 있다. 2급은 매년 5∼6명, 1급은 1∼2명만이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까다롭다. 자격증을 가지면 공공기관이나 학교 강사, 운동부 코치로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개업하는 경우도 있다.

스포츠심리상담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라면 스포츠는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 심리적인 동기부여로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사상 첫 16강에 진출한 한국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심리상담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라면 스포츠는 물론이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게 중요하다. 심리적인 동기부여로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을 꺾고 사상 첫 16강에 진출한 한국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윤 교수를 통해 이 분야에 대해 들어본다. 여자축구대표팀의 멘탈 코치로 오랜 기간 일해 온 그는 최근 요르단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동행해 여자대표팀의 2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도왔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는 몸에 관련된 문제(피지컬)와 경기분석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변수, 즉 심리요인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고 심리상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선수들이 많이 하는 상담에 대해 그는 “크게 보면 3가지다. 친구 또는 가족과 관련된 인간적 고민이나 경기력 등 선수로서 겪는 고민, 그리고 운동경험을 통한 자아실현 등에 대한 상담이 많다”고 했다. 상담이 효과가 있을 땐 가라앉아있던 선수도 “한 번 해볼게요”라며 자신감을 갖는다고 한다. 몸이 다쳐 못 뛸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다쳐 경기에서 실력발휘를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상담 받은 선수가 예전의 기량을 보여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윤 교수는 말했다.

직업적 전망은 밝다고 한다. 그는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분야다. 좋은 시장은 많은 데 반해 그 시장에 공급되는 게 적다고 보면 된다. 시장이 긍정적이기에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담’보다는 ‘멘탈 코칭’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는 “단지 선수 상담만 하는 게 아니다. 결국 경기력 문제가 핵심이다. 경기력이나 스포츠에 대한 이해력이 없으면 선수를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 쉽지 않다. 왜 경기력이 안 좋은가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직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맥락을 알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된다. 아울러 사람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선수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긴장하지 않을 정도로 경험 쌓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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