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국내 최고령 인턴 46세 황승주씨

  • 입력 1996년 11월 22일 2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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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賢眞기자」 서울의 개업의들이 집단휴진한 지난 20일. 서울대병원 사상 최고령 인턴인 황승주씨(46)는 평상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야했다. 연방 울리는 삐삐에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69학번인 그는 73년 제적된 뒤 94년에 다시 복학, 27년만에 서울대의대를 졸업한 내과 인턴1년차다. 오랜 방황끝에 다시 걷는 의술의 길이어서일까 그는 더 바빠진 하루를 마치 즐기는 듯했다. 의사의 진료휴진에 대해 그는 『20여년만에 다시 의사가운을 입은 나에게 어떤 말을 기대하느냐』며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인턴생활이 힘들 때면 무료의료봉사를 나갔던 청계천시절과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던 촌부들을 떠올린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20여년이 넘어 다시 시작한 공부. 첫 강의에서 전혀 의학용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공부를 따라가려면 4시간 넘게 자고는 불가능했다. 2년간 고생끝에 의사면허증을 받았다. 원래 그는 본과2학년까지 성적이 의대수석을 차지할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다. 의사만이 유일한 꿈이었던 그의 삶을 뒤틀어놓은 것은 72년의 유신. 이후 학교와 도서관 대신 의료혜택을 못받는 청계천의 판자촌과 성남 등을 찾아다녔다. 어느덧 그는 의대운동권의 기수가 되어버렸다. 74년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되고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77년 고 안병무박사가 세운 선교교육원에 들어가 3년간 신학교육과 베풂이 무언지를 배웠다. 이어 경기도 용인의 한 교회로 가 9년간 전도사와 목사를 거치면서 농촌의 실상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그들과 함께 했다. 94년 제적생복학허가로 다시 의사의 길로 들어섰다. 『주위의 권유로 복학하지 않겠다던 생각이 바뀌더군요. 헐벗은 자를 돕는데 의술이 보태진다면 금상첨화일거라고 생각했죠』 27년전 의대에 입학해 처음으로 들었던 히포크라테스선서. 이제서야 그 의미를 알겠다는 그는 호출을 받고 다시 병실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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