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현주 아나운서 “안경 끼고, ‘노브라’ 방송…인식 변화 바랐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27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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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임현주 아나운서는 “누군가에게 변화를 향한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임현주 아나운서는 “누군가에게 변화를 향한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노브라 체험기’로 화제의 인물이 된 MBC 임현주 아나운서

“튀어 보이기보단 용기 주고 싶었다
누군가 변화 찾는 계기 됐다면 만족”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한 걸음.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렵죠.”

그야말로 ‘파격’ 행보다. MBC 임현주(35) 아나운서의 최근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무리일까.

2018년 4월, 여성 아나운서로서는 드물게 안경을 쓰고 ‘뉴스투데이’ 생방송을 진행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달 13일 다큐멘터리 ‘시리즈M’으로 공개한 ‘노브라(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 체험기로 시청자의 엇갈리는 시선을 모았다.

“제작진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땐 매일 생방송을 하는 입장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느낀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고 해서 출연했다. 내 ‘노브라 데이’가 주변 여성들은 당연하게 감내했던 불편함을 향한 공감대로, ‘시리즈M’ 제작진을 비롯한 남성들에겐 폭 넓은 이해의 계기로 이어진 게 흥미로웠다.”

MBC 임현주 아나운서.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MBC 임현주 아나운서.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안경도, ‘노브라’도 출발점은 같았다. “왜 안 되지?”라는 의문이었다. 임 아나운서는 “불편한 것을 두고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이 들면 행동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생각은 해도 실생활에 적용하기 힘든 것들”이라도 “일단 해보고 판단한다”는 소신을 따른 결과다.

그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당연하다 여겼던 사항들이 선택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물론 대중에게는 아직도 ‘극과 극’의 반응을 얻고 있지만, “누군가 변화를 찾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웃었다.

“개인 블로그에 올린 체험기가 다음날 곧바로 1만 조회수를 넘고 이제는 30만 회 가까이 됐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는 건가 놀랍더라.(웃음) 그 중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상처받거나 위축되진 않는다. 여성이자 직장인, 방송인으로서 느끼는 제약을 말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뭘 하든 관심 없다’는 댓글도 있던데, 그럼 그걸로 끝! 지나가셔라. 하하하!”

MBC 임현주 아나운서.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MBC 임현주 아나운서.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원래 “무덤덤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11년의 방송 경험이 그를 더 강인하게 만들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9년 KNN에서 시작해 KBS 광주방송(2011), JTBC(2011∼2013)를 거쳐 2013년 MBC에 안착했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그가 “나다운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여러 과정을 거쳐 MBC로 왔다.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웃음) 2017년 파업 등 내부적인 혼란으로 방향성을 잃은 적도 있었다. 그를 통해 삶의 방식을 많이 바꿨다.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사소한 변화와 행복을 희생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나운서로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게 됐다. 그렇게 ‘나다움’에 집중했더니 방송이 더 재미있어졌다.”

“하고 싶은 걸 재미있게 하고 싶어” 유튜브 ‘임아나채널’ 계정도 열었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로서 중립성을 지키는 게 1순위”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내 자신을 대중과 공유하는 순간과 아나운서로서 카메라 앞에 설 때를 정확히 구분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개인의 ‘브랜드(색깔)’이 중요해진 시대다. 튀어 보이라는 게 아니라 나다운 모습을 지켜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MBC 아나운서국 안에서도 다양성에 대한 공감대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흐름 속에서 그저 누군가에게 작은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앞으로도 나만의 속도에 맞게 내 길을 걸어가고 싶다.”

시청자에게 어떤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느냐고 물었다. 단번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임현주답네! 그 말의 해석은 바라보는 사람의 몫이다. 하하하!”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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