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망증과 치매 어떻게 다를까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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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걸린 30대 젊은 남자 가족의 사랑을 보여 준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치매에 걸린 20대 젊은 여성의 사랑을 그린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은 치매가 매우 위협적인 질병이란 사실을 알려줬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처럼 20, 30대 젊은이에게서 치매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최경규 교수는 “최근 20∼40대 젊은 사람이 깜빡 잊어버리는 일이 잦다고 해서 치매에 걸렸는지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다”면서 “치매 환자는 60대 이후에서 많고 20∼40대는 치매보다는 건망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치매와 건망증은 어떻게 다를까. 또 건망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건망증은 뇌의 일시적인 마비=건망증은 일시적으로 무엇인가를 자주 잊어버리는 증상이다. 뇌가 어떤 사실을 기억했다 사용하는 ‘기억과정’인 입력, 저장, 등록, 회상 단계 가운데 어느 한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건망증은 누가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을 되살려낸다.

주의력이 산만하거나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피로 및 우울감 그리고 비사교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교제가 부족해지면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빈혈 등의 질환을 앓아도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신과 오병훈 교수는 “건망증은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는 영원히 무엇인가를 잊어버린 증상이다. 누가 잊어버린 것을 말해주더라도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뇌가 각종 외상이나 질병 등으로 손상 또는 파괴됐을 때 발생한다. 미국에선 치매가 심장질환 암 뇌중풍(뇌졸중)에 이은 4대 주요 사인이 될 정도다. 65세 이상 노인의 8%, 80세 이상 노인의 20%가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오 교수는 “치매는 노년기에 많이 생겨 ‘노망’으로 불리며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는 자연현상이 아닌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뇌질환”이라고 말했다.

▽기억력을 좋게 만들자=건망증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먼저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량이 너무 많지 않은지 또 자기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일을 많이 벌이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 살펴봐야 한다.

또 기억하기 어려운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메모장을 활용하고 모든 금전출납부 세금고지서 영수증 계산서 등을 한곳에 모아둬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건망증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도관 교수는 “성인의 기억력은 한정돼 있다”면서 “어떤 사람은 기억력을 증진시키려고 전화번호를 외우기도 하는데 더 중요하고 사적인 일에 자신의 기억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쉽도록 주위 환경을 바꿔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화 거는 것을 잘 잊는 사람은 전화기를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사람 이름을 잘 잊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이름이나 사진을 가까운 곳에 두는 식이다.

기억하고 싶은 사물을 시각화하면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시각화’란 업무, 수, 단어 또는 불분명한 생각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한 개의 그림을 그려서 암기하면 수천 개의 단어만큼 값어치가 있다.

가령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를 떠올릴 때 단순히 4자리 이상의 숫자를 바로 기억하기 힘들다면 이를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하는 것이다. 비밀번호가 1076일 경우 평소 자신이 자주 보는 노선버스를 연상하고 이를 노선버스 번호와 연관시켜 기억한다면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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