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은 뇌의 일시적인 마비=건망증은 일시적으로 무엇인가를 자주 잊어버리는 증상이다. 뇌가 어떤 사실을 기억했다 사용하는 ‘기억과정’인 입력, 저장, 등록, 회상 단계 가운데 어느 한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건망증은 누가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을 되살려낸다.
주의력이 산만하거나 스트레스와 신체적인 피로 및 우울감 그리고 비사교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교제가 부족해지면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빈혈 등의 질환을 앓아도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신과 오병훈 교수는 “건망증은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는 영원히 무엇인가를 잊어버린 증상이다. 누가 잊어버린 것을 말해주더라도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뇌가 각종 외상이나 질병 등으로 손상 또는 파괴됐을 때 발생한다. 미국에선 치매가 심장질환 암 뇌중풍(뇌졸중)에 이은 4대 주요 사인이 될 정도다. 65세 이상 노인의 8%, 80세 이상 노인의 20%가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오 교수는 “치매는 노년기에 많이 생겨 ‘노망’으로 불리며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는 자연현상이 아닌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뇌질환”이라고 말했다.
▽기억력을 좋게 만들자=건망증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은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먼저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량이 너무 많지 않은지 또 자기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일을 많이 벌이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 살펴봐야 한다.
또 기억하기 어려운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메모장을 활용하고 모든 금전출납부 세금고지서 영수증 계산서 등을 한곳에 모아둬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건망증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김도관 교수는 “성인의 기억력은 한정돼 있다”면서 “어떤 사람은 기억력을 증진시키려고 전화번호를 외우기도 하는데 더 중요하고 사적인 일에 자신의 기억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억을 불러일으키기 쉽도록 주위 환경을 바꿔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화 거는 것을 잘 잊는 사람은 전화기를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사람 이름을 잘 잊는 사람은 그 사람의 이름이나 사진을 가까운 곳에 두는 식이다.
기억하고 싶은 사물을 시각화하면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시각화’란 업무, 수, 단어 또는 불분명한 생각에 대한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의식적으로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한 개의 그림을 그려서 암기하면 수천 개의 단어만큼 값어치가 있다.
가령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를 떠올릴 때 단순히 4자리 이상의 숫자를 바로 기억하기 힘들다면 이를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하는 것이다. 비밀번호가 1076일 경우 평소 자신이 자주 보는 노선버스를 연상하고 이를 노선버스 번호와 연관시켜 기억한다면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잊어버리지 않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