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사 윤치호, 왜 친일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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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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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 씨 소설 ‘좌옹의 길’ 펴내

“문학의 역할은 친일파냐 아니냐를 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친일파로 지목받고 있다 하더라도 그 내면의 고민과 소망, 좌절을 들여다보는 일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소설가 조성기 씨(59·사진)가 일제강점기 대표 지식인이자 친일파였던 좌옹(佐翁) 윤치호(1865∼1945)의 삶을 다룬 신작 소설 ‘좌옹의 길’을 26일 펴냈다.

애국가를 작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 윤치호는 개혁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로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으나 한일강제병합 이후 친일파로 변절했다. 광복 직전에는 일본 귀족원 칙선의원에 임명되기도 했다. 1883년부터 1943년까지 60년간 영어로 쓴 일기 속에는 개화파와 수구파의 충돌을 비롯해 구한말 격동적인 사회, 정치 상황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 씨는 “윤치호의 일기는 독특한 문체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고민, 개인사 등을 세세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일기문학의 백미”라며 “몇 년 전 편역된 작품을 접한 뒤 충격을 받아 고서점 등을 뒤지며 구할 수 있는 관련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에 능통하고 강대국의 속성, 국제정세에 밝았던 유학파 지식인 윤치호가 친일을 선택하게 되기까지의 민감한 시대상황과 내면 갈등을 그려낸다.

조 씨는 윤치호를 민족 진영의 분열 형태에 회의하면서 동시에 친일파의 행태에도 비판하고 항의했던 경계인으로 보았다. 그는 “윤치호 일기는 시대상, 자기반성, 동시대 지식인에 대한 평가 등이 담겨 사료적 가치 높은 자료인데 친일이란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한 인간의 삶을 이분법, 흑백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이 문학에서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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