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리 대학 스타/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딱딱한 동양고전?… 그가 옮기면 팔린다

강의하는 김원중 교수. 그는 “동양고전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 지혜를 터득하라”고 조언한다. 사진 제공 건양대
강의하는 김원중 교수. 그는 “동양고전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 지혜를 터득하라”고 조언한다. 사진 제공 건양대
그가 모처럼 “소주 한잔 하자”고 전화를 걸어오면 기자는 인터넷에 ‘김원중’이라고 쳐 넣어 본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가 최근 펴낸 책의 이름이 나온다. 신간 소식이 없으면 탈고 직후 전화를 걸었기 때문이다.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김원중 교수(46)는 국내 최고 수준의 동양고전 번역가다. 1989년 ‘허사(虛辭) 사전’을 펴낸 이후 최근까지 한 해에 한두 권씩 모두 25권의 번역서(18권)와 저서(7권)를 펴냈다. 이 기간 50편 안팎의 논문을 썼다. 이 가운데 20편은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이런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내야 한다. ‘종달새’라고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인 그는 오전 2시 반에 일어난다. 출근 전까지는 집에서, 학교에 가면 강의시간을 제외하고는 오후 9시까지 연구실에서 번역과 저술을 한다.

토, 일요일에도 이런 생활엔 변함이 없다. 다만 “가정을 버렸느냐”는 학생들의 성화에 최근 일요일 작업장을 자택인 대전 서구 관저동 인근 도서관으로 바꿨을 뿐이다. 김희수 총장은 일에 파묻힌 그를 위해 보직까지 면제해 주고 있다.

그는 베스트셀러 제조기다. 그동안 번역서와 저서가 75만 부가량 팔렸다. 그 가운데 방송프로그램(MBC 느낌표)에 소개된 ‘삼국유사’(2002년)는 45만 부, 교수신문이 우수 번역서로 선정한 ‘사기열전’(1999년)은 20만 부를 넘었다. ‘정관정요’, ‘고사성어’, ‘한비자’ 등 다른 책들도 수만 부씩은 기본으로 팔리고 있다. 2007년 펴낸 ‘정사 삼국지’(4권)는 국내 최초 완역본이다.

평론집 외우며 다듬은 문체로
무리한 해석 없이 현대적 번역

‘삼국유사’ ‘사기열전’ 등
번역-저서 25권 75만부 팔려

“동양고전의 영향력은 정말 크지만 번역서 중엔 일반 독자들이 읽어내기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았죠. 번역이나 문체에 문제가 있어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읽기를 꺼리게 만들었어요.”

번역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말하는 김 교수는 스스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겸손해 한다. 하지만 학계와 출판계에서는 ‘정통 번역가’로 통한다. “역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무리한 해석을 하지 않으며 현대적인 문체로 번역한다”는 평가다. 그는 문체를 다듬기 위해 200권가량의 평론집을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한다. 민음사, 현암사, 을유문화사 등이 김 교수에게 번역을 맡기는 이유이다.

김 교수는 “고전은 역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간 편집본보다 완역본을 읽어야 하고 논어, 맹자, 사기 등 필독서를 먼저 보아야 하며, 하루 종일 생각해볼 만한 구절이 산재한 만큼 방학동안 한 권을 읽는다는 기분으로 정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논란이 많은 역서는 ‘정사 삼국지’였다. “있는 그대로 번역했을 뿐인데 유비와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하지 않았다, 제갈공명이 그다지 신출귀몰한 전략가는 아니다 등의 내용을 보고 항의가 적지 않았어요. 소설 삼국지에 대한 독자들의 ‘끔찍한 애정’을 반영하는 대목이지요.”

가장 보람 있는 역서는 ‘사기열전’이었다. 동양 역사서의 백미이기도 하고 영향력도 가장 큰 고전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사마천은 번역과 저술을 하는 김 교수가 평생의 사표로 삼은 인물이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혼을 담아 사기를 저술했죠. 이 책을 번역하면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꼈어요. 동양고전이 주는 메시지를 사마천은 인생을 통해 실천했어요. ‘인간은 아무리 어려운 역경을 당해도 죽을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