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인형 탈’쓰고 연기…‘뿡뿡이 언니’ 김영옥씨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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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뿡이는 내 분신”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뿡뿡이’ 캐릭터 옆에서 웃고 있는 ‘뿡뿡이 언니’ 김영옥 씨는 “둘리처럼 뿡뿡이에게도 명예 주민등록증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뿡뿡이는 내 분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뿡뿡이’ 캐릭터 옆에서 웃고 있는 ‘뿡뿡이 언니’ 김영옥 씨는 “둘리처럼 뿡뿡이에게도 명예 주민등록증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우리는 그를 알면서도 알지 못하고, 보면서도 보지 못한다. 우리가 알고, 보는 그는 ‘탈을 쓴 그’이기 때문이다.

11년째 ‘인형의 탈을 쓴’ 삶을 살고 있는 인형 캐릭터 전문 연기자 김영옥 씨(38·여). 방송사에서도 이름 대신 ‘뿡뿡이 언니’로 통하는 김씨는 EBS 유아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뿡뿡이 역을 맡은 숨은 주인공이다.

“2000년 MBC ‘뽀뽀뽀‘에서 인형 캐릭터를 하고 있을 때 EBS에서 유아프로그램인 ’방귀대장 뿡뿡이‘를 만든다는 연락이 왔어요. 보수야 물론 MBC가 훨씬 많았지만, 인형 캐릭터가 주변 인물이 아닌 주인공이라는 점이 끌려 시작했죠.”

그 뒤 4년 넘게 김씨는 뿡뿡이 역을 도맡아 왔다. 그가 없는 ‘뿡뿡이’는 아예 불가능하다. 다른 캐릭터 인형과 달리 ‘뿡뿡이’는 처음부터 김씨의 ‘특별한 몸 사이즈’에 맞춰 만들어져 아무나 ‘뿡뿡이’탈을 쓸 수 없기 때문.

김씨의 키는 130cm가 채 안 된다. 몸무게는 26kg. 초등학교 2, 3학년 정도의 체격인 셈이다. 그런 그에게 맞춘 ‘뿡뿡이’ 탈을 다른 성인은 당연히 쓸 수 없다. 머리 크기가 아무리 작은 사람이라도 겨우 절반 정도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병원에 갔더니 성장호르몬이 남들보다 적게 분비된대요. 하지만 지금도 아주 조금씩은 키가 크고 있어요.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는데 저만 작은 걸 보면 집안 내력은 아닌 것 같은데…. 언니는 키가 165cm나 되는걸요.”

그가 기억할 수 있는 ‘키’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신체검사 때다. 당시 키 재는 기구로는 잴 수 없을 만큼 작아 줄자로 측정했다. 86cm. 그 뒤부터는 키 재는 게 싫어 아예 키를 잊고 살았다.

“사춘기 때는 ‘난쟁이’라는 말이 제일 상처가 됐어요. 그럴 때마다 ‘난 난쟁이가 아닌데, 이렇게 팔다리도 길고 예쁜데…’ 하며 속상해 했죠.”

부산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만 밝힌 그는 “인형 캐릭터 연기를 하는 지금의 내 현실이 너무 행복하며, 그 이전의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춘기 때 교회에서 ‘성극(聖劇)’을 하면서부터다. 10년간 지점토 공예 등을 했던 그는 1992년 말 MBC ‘뽀뽀뽀’ 인형 캐릭터 배우 오디션에 응모하면서부터 전업 인형 캐릭터 연기자가 됐다.

‘뽀뽀뽀’의 ‘뚜리’, ‘깨순이’ 등을 맡아 활약했고 ‘물먹는 하마’ CF에서 ‘하마’를 맡는 등 조연으로 몇 편의 CF를 찍기도 했다. 현재는 ‘뿡뿡이’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주1회 유아프로그램 ‘뿡뿡이랑 야야야’에 출연 중이다.

인형 캐릭터는 키 160cm가 넘을 경우 아이들과 함께 한 화면에 잡기 어렵기 때문에 그의 작은 체구는 오히려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연기를 한다”, “움직임이 귀엽다”는 등의 평을 받는 그는 인형 캐릭터 연기자 중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그는 “유아들은 뿡뿡이가 직접 구르고 뛰어야만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초등학생 어린이 프로그램에 비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뛰고 뒹군’ 노력을 인정받아 2년 전에는 EBS에서 감사의 뜻이 담긴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스펀지로 만든 뿡뿡이탈을 쓰면 여간 더운 게 아니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더워도 아이들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탈을 벗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

비록 엄마는 아니지만, 한번도 촬영을 펑크 내지 않은 성실함과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 그리고 어느 엄마 못지않은 사랑으로 수많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뿡뿡이 언니. 그는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늘 ‘뿡뿡이 언니’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옥씨는

△1966년 부산 출생

△1992년 MBC ‘뽀뽀뽀’ 인형 캐릭터 오디션을 통해 방송 활동 시작. 그 뒤 MBC ‘뽀뽀뽀’의 ‘깨순이’‘뚜리’역, ‘안녕 노디’의 ‘노디’역과 KBS 어린이 뮤지컬 ‘혼자서도 잘해요’의 ‘삐약이’ 역 등에 출연.

△2000년 EBS ‘방귀대장 뿡뿡이’ 시작

△2003년 EBS 영어교육 프로그램 ‘고고 기글스’중 ‘토디부’역 출연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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