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박사들, 영어도 박사”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16일 서울대 경영대학원 회계학과 ‘회계 이론’ 강의에 참석한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논문 요약본을 들여다보며 발제자의 영어 발표를 듣고 있다. 박영대 기자
16일 서울대 경영대학원 회계학과 ‘회계 이론’ 강의에 참석한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논문 요약본을 들여다보며 발제자의 영어 발표를 듣고 있다. 박영대 기자
영어몰입 강의 6년… 서울대 회계학 대학원의 변신

언어장벽 넘자 해외大채용-논문 게재 늘어

16일 오후 서울대 경영대학원 회계학과의 ‘회계 이론’ 강의 시간.

석사과정 학생이 기업의 가치평가 척도로 활용되는 ‘주당순이익(EPS)’을 다룬 논문을 요약해 발표하자 다른 석·박사과정생과 교수가 질문을 하고 토론을 벌였다.

여느 대학의 대학원 수업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강의는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됐다. 일종의 영어몰입식 강의인 셈.

서울대 회계학 전공 교수들이 대학원의 모든 강의를 영어로 바꾼 것은 2003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기 위해 교수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영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컸다. 박사과정 박성욱 씨는 “처음엔 영어 스트레스 때문에 저녁이나 주말에 학원 등에서 따로 영어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3∼5년 동안 영어를 입에 달고 살았더니 이제 영어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박사과정 임승연 씨는 “학위 논문도 영어로 써야 하기 때문에 학습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고달프기는 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황이석 교수는 “영어 강의 준비에 그치지 않고 학계의 최신 연구 경향을 가르치기 위해 교수들 모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졸업생들의 경쟁력은 몰라보게 높아졌다.

최종학 교수는 “일부 박사과정생은 석사과정을 상대로 영어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영어 덕분에 국제학술대회에 초대받거나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이 같은 경력은 졸업 후 교수 채용 과정에도 큰 도움이 됐다.

2006∼2008년 박사학위 수여자 가운데 매년 한 명씩 모두 3명이 홍콩 이공대, 홍콩 침례대 등 홍콩의 대학교수로 임용됐다. 이공계열을 제외하고 국내 토종 박사가 졸업과 함께 외국 대학 교수로 직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안태식 경영대학장은 “영어몰입 강의가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외국 명문대 출신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최종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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