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지원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 ‘소설같은 인연’

  • 입력 2006년 9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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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사돈이 될 중국인 부부(왼쪽), 천기원 목사 부부(오른쪽), 천 목사의 딸 한나 씨 예비부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사위의 아버지가 현직 검사인 관계로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사진 제공 천기원 씨
2005년 3월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사돈이 될 중국인 부부(왼쪽), 천기원 목사 부부(오른쪽), 천 목사의 딸 한나 씨 예비부부가 자리를 함께했다. 사위의 아버지가 현직 검사인 관계로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사진 제공 천기원 씨
“이렇게 좋은 사위를 얻었으니 중국 감옥에 다녀온 것이 신의 뜻인 모양입니다.”

탈북자 지원단체 ‘두리하나선교회’ 대표 천기원(50) 목사가 30일 자신을 조사했던 중국 공안검사를 사위로 맞는다.

천 목사는 1999년부터 530여 명의 중국 내 탈북자를 도왔고, 최근 탈북난민 6명의 미국행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천 목사와 중국인 사위가 처음 만난 것은 2001년 말. 그는 그해 11월 29일 12명의 탈북자가 중국에서 몽골 국경으로 탈출하는 것을 돕다가 중국 공안에 검거됐다. 당시 천 목사를 조사했던 검사 3명 중 한 명이 사위가 된 것.

천 목사는 사위의 아버지가 중국에서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라 본명을 밝히는 것은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02년 8월 추방형을 선고받은 천 목사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만났다.

조사 과정에서 사위가 천 목사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왜 탈북자를 도왔느냐”는 것.

“중국 공안검사 입장에서는 누군가가 시켜서 탈북자를 도왔을 것이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탈북자를 도운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답했지만 전혀 믿지 않았죠.”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예비사위’는 천 목사에게 마지막으로 “정말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같았다.

그는 천 목사에게 “you, good man”이라며 악수를 건넸고 그 이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천 목사가 한국에 온 뒤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지속됐다. 그는 2002년 12월 한국을 방문해 열흘간 천 목사의 집에 머무르기도 했다.

사위가 천 목사의 딸 한나(26) 씨와 가까워진 것은 2003년 6월.

고려대 외교통상학과 대학원으로 유학을 온 그가 천 목사의 집에 머무르며 한나 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중국 베이징(北京)대에 다니는 한나 씨의 능통한 중국어 실력 덕분에 두 사람은 금세 친해졌다.

천 목사는 “사위가 진실하고 똑똑해서 좋다”며 “두리하나교회 창립과 딸의 결혼이라는 두 가지 경사가 겹쳤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30일 오후 2시 경기 부천시 송내중앙감리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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