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김용식씨 35년 채집 나비 1800여마리 전시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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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기자
김미옥 기자
“20년 동안 찾아 헤매던 홍줄나비 암컷을 오대산 숲 속에서 만났을 때는 흥분 때문에 몸이 떨려 나비를 제대로 잡지도 못했지요. 이렇게 나비 한 마리 한 마리에는 모두 추억이 서려 있습니다.”

김용식(62·사진) 서울남강고 교사는 35년 동안 나비를 쫓아 왔다. 1971년 교편을 잡은 직후부터 주말과 방학이면 포충망을 들고 산과 들을 헤매고 다녔다. 울릉도 등 여러 섬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모른다.

이렇게 35년 동안 채집한 나비 200여 종과 백두산 나비 20종, 한국에서는 사라진 12종 등 232종 1800여 마리를 모아 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02-330-8899)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 씨는 “어린 시절 곤충 채집 때 반하게 된 나비에 취해 평생을 지내온 셈”이라며 “취미로 시작했지만 새 나비까지 3종 발견했으니 나쁜 취미는 아니었다”고 웃었다. 그는 나비학회 동료인 김성수 씨와 함께 1993년 남방녹색부전나비와 북방점박이푸른부전나비, 깊은산녹색부전나비 등을 새로 발견해 학계에 보고했다.

또 2002년에는 국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268종의 나비 생태와 각종 변이, 원색 사진 등을 기술한 ‘한국 나비도감’(교학사)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같은 종의 나비가 지역에 따라 어떤 변이를 보이는지를 밝힌 국내 최초의 도감이다.

학생들에게는 나비가 생명의 신비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나비 알을 나눠줘서 집에서 길러보도록 하지요.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뒤에는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냅니다.”

지금은 환경보호종으로 지정된 것이 많아 나비 희귀종을 채집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년 퇴임 뒤 그는 나비를 키우는 일에 주력할 예정이다. 희귀종인 나비를 제대로 부화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로 여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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