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성연 『30년 재즈 외길 후회없어요』

  • 입력 1999년 3월 12일 18시 33분


음악평론가 마이클 나토스는 “재즈란 즉흥적이며 무의식적이고 결코 미리 연주될 수 없는 음악”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재즈가수 박성연은 인생 자체가 재즈다.

아티스트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아내는 재즈처럼 그는 스무살 무렵에 재즈를 만나 50대 중반에 이르는 지금까지 일상에 얽매이지 않고 30여년간 재즈 외길을 걸어왔다.

“재즈는 자유입니다. 같은 노래가 없어요. 부를 때마다, 연주할 때마다 해석과 느낌이 달라요. 울고 웃는 보컬, 빗발처럼 퍼붓다가도 어느새 숙연해질만큼….”

국내에서 재즈에 발을 들여놓았던 가수들도 대중적인 가요로 나서는 바람에 재즈 가수를 손꼽기 어렵다. 박성연도 예전에 길옥윤으로부터 가요계 입문을 권유받았으나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성연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재즈가수다”(가수 이소라)

박성연은 78년 서울 신촌에 재즈카페 ‘야누스’를 차려 활동무대가 비좁은 국내 재즈인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자신도 불렀다. 이후 야누스는 20여년간 김준 신관웅 등 정상급부터 젊은 가수 서영은 정말로까지 재즈로 화답하는 무대가 됐다. 지금은 강남구 청담동으로 옮겼다. “그녀없는 한국 재즈는 생각도 못한다. 박선생은 한국 재즈계의 대모다. 야누스를 거치지 않는 재즈인들이 거의 없다고 장담한다”(재즈뮤지션 최광철)

박성연의 재즈 인생은 이화여고를 나온 뒤 미8군 무대에서 출발했다. 그곳에서 선배의 권유로 미국의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의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 자기 인생이 재즈와 함께 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그뒤 재즈 열병 때문에 숙명여대 작곡과를 나왔고 최근까지 수년마다 한번씩 뉴올리언즈의 프렌치코트 등 미국과 유럽의 유명 재즈카페에 들러 그들의 연주를 머릿속에 담아왔다.

지금까지 가사까지 기억하며 노래할 수 있는 재즈곡이 3백여곡, 모아온 음반은 2천여장.

그러나 지금까지 낸 자신의 음반은 두장. 재즈는 현장의 즉흥으로만 교감한다는 철학 때문에 음반을 내기를 꺼린다.

야누스는 50여석 정도의 작은 공간으로 처음 문을 열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한국 재즈계가 그만큼 궁핍하다는 뜻이다. 20여년전 시작했을 때 적자가 뻔했던 탓에 어머니가 “집 한채 거덜낼 정도만 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사정이 나쁘다.

11일밤 마침 일본 재즈계의 거장 사토 마사히코가 야누스를 들렀다. 연주를 위해 내한한 김에 야누스를 빠뜨릴 수 없었다고. 박성연에 대한 그의 말.

“박성연의 보컬에는 넓고 깊은 정신의 흐름이 있다. 두번밖에 안봤지만 오래 호흡을 함께 한 친구같다.”

박성연은 오는 18일 오후 7시반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대형 무대를 펼친다. 7년만의 외출. 야누스에서는 매일 있는 공연이지만 이번에는 1천여명과 만나는 무대여서 “날받은 신부처럼 설렌다”고. 재즈가수 서영은을 비롯해 신관웅 트리오와 신동진(색소폰) 등이 함께 한다. 레퍼토리는 ‘No More Blues’ ‘My Way’ 등 8곡. 02―738―7029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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