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美건축가 베르나르 추미 "사람 살기 편해야 좋은건축"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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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대표작인 프랑스 루앙 콘서트홀 모형 옆에서 설명하는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위). 추미 교수가 설계한 파리 동북부 라 빌레트 공원에는 다양한 형태의 붉은색 폴리들이 일정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자신의 대표작인 프랑스 루앙 콘서트홀 모형 옆에서 설명하는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위). 추미 교수가 설계한 파리 동북부 라 빌레트 공원에는 다양한 형태의 붉은색 폴리들이 일정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세계적 건축가이며 이론가, 저술가로도 명성이 높은 베르나르 추미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교수(59)가 29일 내한해 이날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건축잡지 ‘CA현대건축’ 등의 주최로 강연회를 갖는다. 방한을 앞두고 있는 그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그의 건축사무소에서 만나 현대 건축의 의미와 건축 교육 등에 대해 물어봤다.

추미 교수가 세계적 건축가로 주목받은 계기가 된 것은 1982년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 설계공모에 당선되고부터였다. 이 공원의 콘셉트는 도시와 자연, 낡은 것과 새로운 것, 물과 풀과 돌 등의 만남이었다. 사람이 잔디 위를 걸어 다니는 공원, 밤에도 문을 열어놓는 공원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 설계를 통해 도시를 바꿔놓았다. 프랑스의 ‘프레지노이 국립현대미술관’ ‘루앙 콘서트홀’ 등도 현재까지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해체주의(Deconstructivism)’ 건축가란 평가를 받는다. 이는 전통적 건축 개념에 도전해 단편성, 불균형성, 경사성, 사각(斜角) 등을 특징으로 하는 건축이다.

―라 빌레트 공원에서나 다른 건축에서나 당신은 붉은색을 많이 사용한다. 붉은색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위한 소재일 뿐이다. 나는 재료와 색깔을 개념적인 방식으로 사용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그 색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붉은색은 내게 있어 색깔이 아니라 일종의 부호다. 나는 검은색 흰색, 그리고 붉은색을 좋아한다.”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새로운 국면에 있다. 가능성도 많고 위험성도 많다. 건축가는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해야 한다. 건축가는 도시를 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은 겉만 건축가다.”

―한국의 건축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나.

“한국 건축에 어떤 아이덴티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라별로 그 나라의 건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좋은 건축만 있으면 된다.”

―올해 6월까지 15년 동안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해왔는가.

“건축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며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없는 구조는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스튜디오에 컴퓨터기술을 어느 대학보다 먼저 도입했다. 컴퓨터는 아이디어와 구조 작업의 속도를 증대시켰다.”

그는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을 세계적인 교육기관으로 한층 성숙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도시와 마찬가지로 대학은 관점, 국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제각각의 요소들을 표출하는 곳”이라면서 “한국 건축학도들은 만화경(萬華鏡)에 한국적 요소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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