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감독 이타미 자살…『파파라치 때문에』유서

  • 입력 1997년 12월 22일 20시 21분


다이애나 전영국 왕세자비에 이어 일본의 유명 영화감독이 「파파라치」의 희생자가 됐다. 이에 따라 유명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언론자유」가 어디까지 보호돼야 하느냐를 둘러싸고 일본에서 논의가 분분하다. 특히 일본에서는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사생활을 쫓는 진드기 사진작가」인 파파라치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어 논의의 결과가 주목된다. 사회풍자 영화로 명성을 얻은 영화배우출신 감독 이타미 주조(伊丹十三·64)는 일부 언론의 스캔들 폭로풍토에 항의, 20일 오후 도쿄(東京)에 있는 자신의 맨션 옥상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의 처남이기도 한 그의 죽음은 처음에는 단순 자살로 여겨졌으나 뒤늦게 유서가 발견됨으로써 자살의 사연이 밝혀졌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26세의 직장여성에게 돈을 주고 혼외정사를 가졌다는 한 사진주간지 기사와 관련, 『죽음으로써 결백을 증명하려 한다. 이 외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항변했다. 일본내에서는 『다른 항의방법도 있을텐데 자살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과 『정신적으로 얼마나 시달렸으면 목숨을 끊었겠느냐』는 동정론이 엇갈린다. 문제의 주간지측은 그의 자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했으며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취재도 통상적인 룰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유명인사의 스캔들 관련 보도로 판매승패가 좌우되는 일본 잡지저널리즘의 과잉보도는 그동안 종종 문제가 돼왔다. 특히 올7월 한 주간지가 고베(神戶)초등학생 살인사건의 범인인 중학생의 사진을 게재한 사건으로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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