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들리니?”“선생님 끊겨요” 인터넷 접속 안돼 곳곳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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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중3-고3 사상 첫 ‘온라인 개학’
교사는 “손 흔들어봐” 아침조회… 학생은 “급식은 배달돼요?” 장난
원격수업 관리하는 학원까지 등장… 일부 학부모 공부방에 CCTV 설치도

9일 서울 강서구의 고3 수험생이 자택 책상에 앉아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원격 수업을 정규 수업일수에 포함시키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뉴스1
9일 서울 강서구의 고3 수험생이 자택 책상에 앉아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고3과 중3을 시작으로 원격 수업을 정규 수업일수에 포함시키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다. 뉴스1
“지금 교실에는 선생님밖에 없지만 나는 여러분과 같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같이 교실에 모이는 날, 선생님이 피자 쏘겠습니다.”

9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경원고 3학년 5반 교실. 23개의 책걸상은 텅 비어 있었다. 교탁 앞에 홀로 선 조상철 교사(44)는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제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의 고3 학생들은 화면 너머로 “코로나19 이겨내고 다시 만나자”고 외쳤다.

전국 중3과 고3 학생들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이제껏 학교에선 볼 수 없던 진풍경들이 펼쳐졌다. 거리를 걸으며 수업을 듣는 학생, 교직 생활 30년 만에 처음 ‘헤드폰’을 끼고 강의한 교사, 무선인터넷이 안 돼 발을 동동 구른 학생….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풍경이다.

학교별 지역별 격차도 심했다. 예상보다 원활하게 쌍방향 수업이 이뤄진 학교가 있는가 하면, 기본적인 인터넷 연결 문제부터 해결이 안 돼 접속을 못 한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달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결정한 이후 각 학교가 분주하게 원격수업을 준비했지만 첫날의 혼란을 피할 순 없었다.

○ 온라인 개학 천태만상

“○○아, 들리니? 들리면 손 한번 흔들어줘.”

이날 오전 8시 10분.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는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조회를 열었다. 3학년 5반 김우영 교사는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고, 학생들은 저마다 카메라 가까이 손바닥을 비치며 화답했다. 하지만 조회에 접속하지 않은 2명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다른 수업에서는 길거리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갑자기 재생이 안 되는 영상자료 등 예상치 못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서울여고처럼 원격수업 노하우와 기기를 비교적 잘 갖춘 곳과 달리 열악한 곳도 많았다. 같은 날 전북 익산시의 한 고교에선 3학년 학생이 출석하지 않았다. 교사가 수소문해 보니 집에 인터넷 연결이 안 돼 있어서 신청을 했는데 아직 설치가 안 됐던 것. 이 학생은 교사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출석 인증을 대신했다.

낯선 환경에 들떠 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많았다. 서울 중랑구 한 중학교의 3학년 온라인 강의실에선 “선생님, ○○이 배틀그라운드(게임) 한대요∼” “급식은 ‘배달의 민족’으로 와요?” 등 익살맞은 채팅 대화가 오갔다. 원격수업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여러분, 이건 시범운영이 아니에요. 학생부에 기록되니까 ‘온라인 땡땡이’는 안 됩니다.”

○ 학부모 불안에 ‘관리 학원’ 등장

온라인 개학 당일 곳곳에서 미숙한 운영 사례가 알려지자 학부모들의 불만은 커졌다. 쌍방향 수업이 정지되거나, EBS 온라인클래스가 접속 오류를 되풀이하는 등의 오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가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다 딴짓을 할까 걱정돼 실시간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의 학부모들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는 “아니나 다를까 애가 수업 듣다가 화면에 웹툰을 띄워놓고 보더라”, “우리 집은 아이와 합의해 공부방에 한시적으로 폐쇄회로(CC)TV를 가동하기로 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런 불안을 이용한 ‘학원 영업’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A학원 관계자는 “학원은 무선인터넷도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고, 과제를 도와줄 선생님까지 있어 ‘온라인 개학’에 최적의 환경”이라며 “오늘 고3 수강생들이 오전 8시부터 학원 스터디룸에 모여 학교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학원에 다니는 한 여학생은 “집에선 남동생도 쌍방향 수업을 들어서 시끄럽고 방해가 된다”며 “학원에서 학교의 원격수업을 듣는 게 훨씬 편하다”고 전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 / 전주=박영민 / 대구=명민준 기자
#온라인 개학#코로나19#원격수업#인터넷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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