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vs 트럼프’ 본선 구도 조기 확정…승패 가를 최대 변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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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일 사실상 중도하차하면서 미국 대선은 민주당에 유일하게 남은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결 구도로 확정됐다. 일찌감치 경선을 마무리 짓고 본선으로 직행하는 70대 노장들의 치열한 수 싸움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대 트럼프’의 본선 막 오른다

바이든 후보는 위기관리 대응에 강한 안정적인 이미지가 강점이다. 36년간 상원의원과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정통 정치인이다. 좌충우돌하는 이미지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바이든은 ‘고루한 기성세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경선 레이스 초반 대세론이 흔들리기도 했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민주당 중도층의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반짝 돌풍’일 일으켰던 군소후보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나간 뒤 3월 ‘슈퍼 화요일’에서 바이든은 14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승리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진보적 사회주의 정책을 앞세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승리하면 본선에서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이 중도 세력의 결집을 이끌었다.

예상 외로 싱겁게 대선후보 자리를 따냈지만 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정상적인 선거 활동을 못하고 있다. 선거에 바람이 사그라진 데다 대중 유세를 통한 흥행몰이도 불가능해졌다. 인터넷 동영상 메시지를 내는 정도의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서 ‘조는 어디에(#WhereIsJoe)’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할 정도로 존재감이 약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시 불거진 아들 헌터 바이든의 비리 의혹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재조사 의지를 밝히고 있어 선거전 후반 발목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든 후보가 샌더스 후보보다 어려운 상대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샌더스 후보의 중도하차 소식이 알려진 뒤 트위터에서 “버니의 사람들(지지자)은 공화당으로 와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워런이 아니었으면 샌더스가 슈퍼 화요일에서 이겼을 것”이라며 뜬금없이 워런 상원의원을 공격했다. 샌더스 후보를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그와 경쟁하는 구도가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다시 한 번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 참가했던 워런 의원은 샌더스 후보와 성향이 비슷해 진보성향 표를 분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가 흔드는 대선 판도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그래프가 정점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대선 판도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재선의 발판으로 삼아온 낮은 실업률, 주식시장의 활황, 경제 성장 등의 경제성과가 모두 무너지고 있는 상황. 이날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과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5%는 ‘연방정부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여론조사 통계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와 양자대결시 5~8%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매일 2시간 가까이 코로나19 브리핑을 진행하며 ‘전시(戰時) 대통령’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 최근 지지율은 역대 최고치 수준까지 올랐다. 40%가 넘는 콘크리트 지지율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의미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치열한 접점을 벌였던 경합주(swing state)에서의 표심이 이번에 어디로 갈 것인지도 승패를 가를 포인트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 경합주로 꼽히는 6개 지역에는 전체 선거인단의 37.4%인 101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힐러리 후보는 2016년 대선 당시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에게 아깝게 패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4년 전 힐러리 후보를 외면했던 중서부 지역의 블루칼라 백인들의 지지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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