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꿈꾸던 재택근무? 일-생활 구분 안하면 ‘악몽’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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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상 걸린 기업들, 재택근무 효과적 시행 어떻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기업 경영의 지속성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경영을 지속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 간의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정상 운영을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적극 도입되는 것이 재택근무다. 문제는 갑자기 시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재택근무가 대안적 근로 제도로 도입되기 시작한 지가 해외에서는 30년 정도 됐다. 한국에서는 2010년을 전후해 정부 주도로 ‘스마트워크(Smart Work)’ 캠페인이 시작됐다. 당시 이 캠페인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유연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등이 이에 포함됐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앞뒤로 1시간 정도 옮기는 시차 출퇴근제와 비교했을 때 재택근무제는 훨씬 더 큰 변화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수준의 변화가 전개되지는 않았다.

○ 다시 주목받는 재택근무

과거 일부 기업은 시행하던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IBM이다. 2017년 3월, 이 회사는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하고 있던 많은 직원에게 사무실 근무를 지시했다. 조치에 따르지 않는 직원은 회사를 떠나라는 경고를 받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며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이 어려워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좋다’ 혹은 ‘나쁘다’로 단순 평가하기 어렵다. 사무실 임차료 절감, 출퇴근 스트레스 해소, 직장 내 갈등 감소 등 장점도 있는 반면 업무 모니터링, 정보 보안, 소통과 협업, 사회적 고립감과 같은 측면의 어려움도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이런 장단점을 따질 겨를 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된 기업이 많다. 원래 재택근무 시행 경험이 있는 기업들은 인프라와 제도가 갖춰져 있고 경험을 통해 행동 양식이 잘 인지돼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급하게 재택근무와 관련해 대상과 기준, 제도, 장비 등을 준비해야 했다. 상사나 동료들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업무와 관련한 소통 및 결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착신 전환된 전화,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e메일 시스템, 팀 협업 솔루션, 화상 미팅 도구 등이 필수적이다.

업무 도구만 갖춰져 있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해보는 직원이라면 새로운 근무에 맞는 자기만의 생활 루틴(일상)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고, 관리자와 회사 차원에서도 관리와 운영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기왕 하는 재택근무, 좀 더 잘하기 위해 유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 재택근무 잘하려면…

우선 직원 개개인은 집 안에서도 의식적으로 구분된 업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업무 공간과 생활 공간을 나눠 일과 생활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으면 재택근무는 상당히 괴로운 일이 될 수 있다. 집에 있다고 ‘노는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가족 구성원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일하니 오히려 업무량이 늘었다고 증언한다. 가급적 사무실에서와 비슷한 루틴에 따라 일하고, 적절하게 식사 및 휴식을 취하며 정한 시간에 맞춰 일을 끝낼 필요가 있다. 물리적으로 동료들과 떨어진 공간에서 협업을 하려면 약속된 업무 시작, 종료 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관리자는 결과 중심의 위임과 명확한 소통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업무 지시가 정확해야 한다. 구두 지시 외에 글로도 써서 지시하고, 배경과 맥락까지 충분히 설명한다. 비언어적 소통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소통하고 자주 확인, 점검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업무 과정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평가는 결과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도 이해시켜야 한다.

팀원 간 업무 균형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눈에 안 보이는 상황에서 빨리 일을 추진하려고 조바심을 내다보면 잘하는 직원에게 자꾸 일을 몰아주게 되는데, 이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 ‘포스트 코로나19’ 전략 수립 계기로

회사 차원에서는 충분한 지원과 소통 속에 정상 업무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모두가 정상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면 계획된 전사 업무 일정은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데 모든 것을 무기한 연기할 수는 없다. 비상 정보 채널을 가동해 재택근무 중에도 사업, 조직, 구성원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고,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물어보고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집이 사무실과 같을 수는 없지만, 업무에 필요한 물품, 장비, 업무 환경 지원을 통해 생산성 하락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에 재택근무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한다. 대유행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지속 기간이 길면 길수록 포스트 팬데믹 직장 사회의 모습은 지금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와서 이번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다시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잘 대응하려면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우고 또 바뀌어야 한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깝게 일하는 방법 말이다.

김성남 인사 조직 컨설턴트 hotdog.kevin@gmail.com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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