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세계 치명률 2.1%P 치솟아… 유럽 확산이 주요 원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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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세계 치명률 5.5%
노년층 감염 많으면 치명률 올라… 伊-스페인 환자 평균연령 60대
병원-의사 등 의료 인프라도 중요… 초기 대규모 검사땐 치명률 낮아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고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6일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어서면서 평균 치명률은 5.5%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치명률 3.4%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2.1%포인트나 높아졌다.

치명률 상승을 이끈 것은 유럽이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는 한 달 전 사망자가 148명에 불과했지만 6일에는 1만5887명으로 크게 늘었다. 치명률도 지난달 6일에는 3.8%였지만 이달 6일에는 12.3%로 높아졌다. 사망자가 1만3055명으로 이탈리아에 이번 두 번째로 많은 스페인의 치명률도 9.6%로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영국(10.3%), 네덜란드(9.9%), 프랑스(8.7%) 등도 높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의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전염 확산 수준 △주요 감염층 △의료 인프라 △검사 진행 규모 등을 꼽았다.


치명률이 높은 국가들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해 의료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2017년 기준)를 분석해 보면 인구 100만 명당 병원 수는 독일 37.3개, 오스트리아 30.8개, 영국 29.0개, 그리스 25.7개, 터키 18.9개, 이탈리아 17.5개, 스페인 16.6개다. 병상 수가 많은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치명률이 각각 1.6%, 1.7%로 낮은 수준이다. 1인당 보건 예산(2018년 기준)은 노르웨이 6186달러(약 760만 원), 독일 5986달러, 오스트리아 5395달러, 캐나다 4973달러 등으로 이들 국가는 1%대의 낮은 치명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인공호흡기 차이가 결정적이다. 코로나19 환자의 30%가 폐에 이상이 생긴다. 이탈리아는 활용 가능한 인공호흡기가 전국 3000여 대로, 인구 10만 명당 약 5개 수준이다. 독일은 2만5000여 대로 인구 10만 명당 30대에 육박한다.

‘누가’ 주로 감염됐는지도 중요하다. 치명률 0.6%인 이스라엘은 전체 감염자 가운데 30세 이하가 37%, 20대 비율이 23%에 달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젊은 감염자 비율이 높다 보니 노년층 중심으로 감염자가 늘어난 유럽 등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고 전했다. 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감염자 평균 연령은 60대다.

치명률이 1.8%로 낮은 편인 한국에서도 감염자의 연령과 치명률의 관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30대의 치명률은 0.09%, 40대는 0.15%에 불과했지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높아져 50대 0.68%, 60대 2.01%, 70대 7.58%, 80대 이상은 19.78%로 나타났다.

또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면 감염 초기인 확진자를 걸러낼 수 있어서 치명률을 낮출 수 있다. 한국의 치명률이 낮은 것도 넓은 진단검사 범위를 주요한 이유로 꼽는다.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까지 걸러내고 있어 포착된 환자가 많고 치명률이 낮다는 것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렸던 2주를 제외하고는 중증 환자 발생에 적극 대처해 치명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확진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미국(33만6851명)도 최근 검사를 대폭 늘리면서 치명률은 2.8%로 낮은 편이다. 다만 지역별 치명률 차이가 커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올리언스는 코로나19로 인구 10만 명당 37.9명이 사망해 뉴욕(18.8명)의 2배”라고 보도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박성민 기자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치명률#유럽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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